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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Aug 10. 2022

꿈은 왜 꼭 직업이어야 하나요?

발레리나, 치과의사, 소믈리에, 유투버를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제 아이는 7살이고, 유치원에 다닙니다. 일하는 엄마에게 유치원은 참 고마운 곳이죠. 특히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도보 5분 거리, 종일반 돌봄, 각종 체험학습(숲 체험, 도시농장, 견학 등)을 할 수 있어 워킹맘인 저에게 최고의 선택지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시고 아이들을 사랑해주세요. 그럼에도 살짝 불만이 생긴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아이가 직업에 대해 배우게 되었을 때입니다.


"나의 꿈은 발레리나입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직업에 대해 배우고 왔을 때였어요. 직업은 내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배웠나 봅니다. 그리고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을 꿈이라고 표현하더라구요. 물론 꿈은 바라는 것이고 희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고 싶은 모습 역시 꿈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에게 꿈은 아직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회사에서 매출 00000원 달성은 당장의 목표일 수 있지만, 지향하는 비전은 다를 것입니다. 구글은 웹 검색, 포털 사이트이지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라는 비전을 가진 것처럼요. 



직업이란?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직업은 경제적 이유로 종사하는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대표적 요인이기도 합니다. 성인들의 자기소개는 자신의 직업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하기도 하죠. 저 역시 "안녕하세요. 공인노무사 000입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거든요.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만 직업에 따라 수입, 인정, 사회적 관계 등이 달라지게 되므로 직업을 통해 위계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좋은 직업을 얻기위해 과도한 입시전쟁, 취업전쟁을 치루게 됩니다. 직업은 본인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직업을 제공한 직장에 종속되어 괴로운 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꿈: 훌륭한 직업인


몇 년 전 한끼줍쇼라는 예능에 이효리가 나왔어요. 강호동과 이경규가 MC였는데 게스트였던 이효리와 셋이 길을 걷다 한 초등학생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것 같아?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이경규가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말에 이효리가 그냥 아무나 되라며 시니컬하게 말했는데요. 당시에는 자기는 유명한 사람 되었으면서 초등학생한테는 아무나 되라는 말이 좀 별로라고 느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아무나 되라는 것은 뭐가 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늘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죠. 최근 동네 7살들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 과정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세상이 정해놓은 꿈을 위해 다시 오지 않을 어린 시절을 희생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큰 이슈였죠. 그동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계속 논의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학제개편은 세계적 흐름이고 학교에 일찍 입학하는 다른 나라들도 많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세계적인 흐름, 다른 나라에 입시지옥이 있나요? 7살이 초등학교 2학년 과정을 배우고,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하는 나라가 많을까요? 아이들이 빠르게 공교육에 편입되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는 표면 뒤에는 아이들이 빨리 직업인이 되어 국가경제에 기여하게 하려는 목적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대생이 친구를 성추행하고, 명문대 학생이 학습권 침해 때문에 청소노동자를 고소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의대에 가고 명문대에 가면 부모의 책임은 끝인 걸까요?



이루고 싶은 최종 꿈


저는 HR과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을 하는데요. 회사 내 마케터분이 HRer의 커리어와 관련된 글을 써보자고 하시면서 앞으로 HR업계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 꿈이 있냐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최종 목표를 정하기엔 당장의 현실이 너무 바쁘고 힘드네요.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언행일치의 삶인 것 같아요. 허울 좋은 소리,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닌 내면으로 성숙한 사람이요. 저는 일과 삶을 조화롭게 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저의 꿈이 직업이었다면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일텐데 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진 않거든요.



어떤 꿈이든 응원


아이의 꿈은 바뀌었어요. 발레리나보다는 치과의사가 되어 저의 이를 천 원에 고쳐주겠다고 하네요. 지난달 뮤지컬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직업에 대해 배울 때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나 봐요. 소믈리에가 뭐냐고 묻길래 와인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고 설명했더니 '아 이마트에 있던 그 언니? 나 그럼 그 언니 되어야겠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어제는 유투버가 되어야겠대요. 그럼 자기가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고민하는 아이라서 다행이에요. 아이가 어떤 꿈을 가지든 응원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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