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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E Feb 17. 2023

프리워커로 살아보기로 했다

직업은 내가 될 수 없으니까

I have to find what am I.


올해 새 다이어리를 펼치고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오랜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독립을 결심했다. 올해는 이직을 위한 숨 고르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바라왔던 프리 워커의 삶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조직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의 힘으로 업을 만들 수 있을까?'

퇴사를 고민하며 수없이 반복해 온 자문 이건 '할 수 있다/없다'의 이분법적 답을 요구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을 찾으려고 하면 한 없이 어려운 게 인생이라 했던가. 세상에는 분명 나만이  수 있는 답이란 것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어떤 선택으로든 예측할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는 행위는 평생의 실험이자 탐구에 가깝다. 성공이든 실패로든 그  배움이 있고, 그걸 익혔다면 충분 가치 있는 삶이 될 테니까. 

해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건, 어떤 거창한 목표가 아닌 나를 움직이는 그릿(GRIT)을 찾는 것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불안을 이겨내고 밀어붙일 수 있는 자기 확신. 그러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탐구 아닐까.  


'당신은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합니까?'


단순한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고도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피자도 좋아하고 떡볶이도 좋아하는데, '가장'이라고 말한다면 피자도 떡볶이도 아닌 '어떤 것'이 분명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일까. 이런 불안정한 선택은 단순한 음식 기호뿐만 아니라 매일 우리 일상을 뒤흔들곤 한다. 의식적인 선택이든 아니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고, 어리석게도 매번 그 안에 정답이 있을 거라 굳게 믿으니까.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하길,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들의 직업 뒤에 숨는다. 그리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그 직업의 정체성과 일치시킨다."


우열이 아닌 고유의 개성이 필요한 시대.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로 자신의 직업과 배경, 취향에 우월감을 부여하는 사람들로 SNS는 포화다. 그 속에서 자신이 떡볶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피자를 가장 좋아하는지 불명확한 사람들은 마치 문제지 끝에 달린 해설지 몰래 들춰보곤 내가 쓴 답인 것처럼 대세의 취향을 답습하기 급급하다. 모두가 개성을 외치는 시대라지만, '자신의 온전한 개성을 찾는 것보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개성'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의식적인 모방이 반복되면 그 또한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기도 하겠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로 독립을 선언하고 나니, 모두가 한결같이 자기 포장이 필요하다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공개로 전환하고 좀 더 활발하게 나를 알려야 한다고들 한다. 불현듯 나의 쓰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나만의 독보적 무기는 무엇이며, 그게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까. 문득 본업에선 눈이 띄지 않았던 가수가 예능에서 활약을 보이며 '원래 제 모습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네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 사람이 빛나기 위해 온 우주가 도운 듯 시대를 잘 타고난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어찌 됐든 꾸밈없는 본모습으로 사랑과 성공을 취한다는 건 대단한 업적처럼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며, 종종 내가 바라는 모습과 타고난 기질과의 간극을 느낄 때마다(예를 들면 나는 소고기를 먹는 고급 취향이길 바라지만 입맛이 삼겹살로 이끌 때?) 스스로를 속일 때도 있지만, 이 지난한 과정이 거치고 나면 나를 나로서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땐 무슨 음식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를 바라본다.


P.S

세상 모든 회색 인간이여, 우리 좀 남들과 다르더라고 온전히 내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목소리를 한 번쯤 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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