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또라이.
남편은 나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야구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한참 빠져있을 때는 한시간 거리의 야구장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찾아갔다.
야구장에 가지 않는 날은 티비로 매일 야구경기를 시청했다.
지금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소중한 취미이다.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의 주인공 벤은 레드삭스의 광팬이다. 야구관람은 그의 취미인데 여자친구와의 시간보다 야구를 택할만큼 지독하게 빠져있다. 그런데 그가 야구에 빠진 계기는 전학 후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생각해보면
취미에 과도하게 몰입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을 때나,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해 감정의 응어리를 꾹꾹 눌러담고 있었을 때나,
불안한 미래에 속절없이 나부끼고 있을 때였다.
이루지 못해 좌절했던 꿈들을 야구선수들이 기록을 갱신하고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짜릿함을 맛보며 현실이 아닌, 즐거운 세계에 가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기분에 빠져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도 했다.
뭔가 뇌를 비우고 싶을 때나
기댈 곳이 없는 마음일 때
누구나 몰입할 무언가를 찾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 명탐정코난만 하루종일 보던 때도 있었다ㅋ)
삶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
하루하루의 삶이 불안하고 내일이 두려운 오늘.
그래서 우리에겐....
현실을 잊을 낭만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가 있다면,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생긴 취미 중 하나는 미니어쳐 집만들기였다.
이틀밤을 꼴딱 세면서 손바닥만한 해변의 집을 지었다.
다 지어진 미니어쳐 집 안에서는 소리에 반응하는 조명이 있어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면 불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데 뇌를 비우고 박수를 치면서 잉여짓(?)을 하면 뭔가 개운해진다.
나는 손바닥만한 미니어쳐집을 소유함으로써 잠시나마 낭만에 젖을 수 있었다.
바다를 닮은 하늘색 커튼이 바람에 날리고,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집 안에서는 바다의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맑은 하늘을 타고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귀를 간지럽히는.... 그런 낭만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알고 있다.
내 손으로 지은 낭만적인 미니어처는 결코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야구경기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의 마법이 풀리듯 현실이 다가와 허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지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인생의 활력이 된다는 것이다.
나만의 낭만. 그것이 어떠한 형식이든 우리에겐 분명히 이 현실을 살아갈 무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