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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줄긋는여자 Oct 23. 2021

혼자만의 자유시간! 혼밥하자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기회를 즐겨라

프리랜서로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방법 중 꼭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혼밥이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의 나는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늘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으려고 애를 썼다. 그건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던 자존감 낮은 나의 보호벽같은 것이기도 했다. 또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이기도 했다. 


처음 프리랜서가 됐을 때도 혼자 밥을 먹지 못했었다. 강의 특성상 이동 중에 밥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강의 중간에 시간이 비어 밥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밥을 굶거나 커피 한 잔 정도로 대충 때우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한 번은 충북 영동에 강의를 하러 갔는데 점심 전에 끝났다. 점심을 먹어야 해서 맛집을 검색해보니 우렁쌈밥집이 나왔다. 너무 먹고 싶었는데 혼자 가도 되는 지 여러 번 망설여졌다. 음식점에 전화를 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를 최소 열 번 이상 반복한 후에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해서 혼자인데 쌈밥정식이 가능한 지 물었다. 그러자 기본으로 나가는 쌈 종류와 반찬 때문에 1000원을 더 내면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우렁쌈밥집으로 향했다. 

'혼밥은 나 자체에 집중하게 해준다' 

쌈밥집에는 나 말고 여러 테이블에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 정장차림으로 들어온 나를 흘깃거리며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들어갔으니 담담한 척 앉았다. 사장님께서는 전화한 사람이냐며 다양한 반찬과 쌈채소, 우렁이 들어간 쌈장과 된장찌개까지 내어주셨다. 쌈밥을 천천히 먹으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 테이블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TV에서 나오는 방송을 잠시 보기도 하고 쌈밥집 창 밖으로 보이는 깊어진 가을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의 속도에 맞춰 밥을 먹을 일도 없었다. 그저 내가 먹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밥을 먹었다. 참 맛있었던 한 끼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혼밥을 조금씩 즐기게 되었다. 통영에 강의하러 갔을 때는 중앙시장에 들러 횟집에서 멍게비빔밥을 혼자 먹었고 함평에 갔을 때는 줄이 무척 긴 육회비빔밥 맛집에서 혼밥을 했다. 제주도에서는 관광객들로 홀이 가득 찬 흑돼지 전문점에 갔는데 애착하는 인형을 세 개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흑돼지 2인분을 천천히 음미하며 남김없이 먹고 나왔다. 

'통영의 멍게비빔밥은 자유가 첨가된 맛이었다'

혼밥을 하는 것의 장점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나의 페이스대로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기는 거였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거나 밥을 먹는 시간이라서 의무적으로 먹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혼밥을 하면서 주위의 시선을 점차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혼밥은 나에게 꽤 성공적인 경험이었다. 


혼밥은 하는 시간은 단지 남에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만 준 게 아니었다. 세상에 주눅들어 있던, 그리고 세상에 치여가면서 과도하게 주위를 신경쓰고 눈치를 보게 된 나에게 ‘나를 주변에 맞춰 재단하는 것’이 아닌 ‘나 자체를 오롯이 있을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혼밥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조금 덜 남의 눈치를 보고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혼밥만 하는 건 아니다. 난 아직도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밥을 먹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다만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프리랜서에게 혼밥은 온전히 식사 그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찬스를 주고 혼자만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종종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생긴다면 먹고 싶은 음식점에 가서 혼밥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 http://www.mirae.news/news/curationView.html?idxno=4353에 먼저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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