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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Apr 12. 2021

신입이 4천만 원 모은 비결

 “월급이 들어오면 한 푼도 빼놓지 않고 적금을 부었어요. 1년 꼬박 모았더니 만기 때 4천만 원이 생긴 거죠.”

 “아니 그럼, 여행 다니고 점심 사 먹고 차 기름 넣고 이런 건 어떻게 했나요?”

 “부모님께서 주신 카드로 결제했어요. 그러니까 월급을 몽땅 저금할 수 있었던 거죠.”


 P의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다. 타 부서지만 잊을 수 없었다. 첫인상이 강렬했다. 외근 복귀하던 P는 주차장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때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 앳돼 보였다. 운전석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는 회사로 들어갔다. 뒷모습에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 사람이 혹시?”


 “네 맞아요. 오늘 이야기 주인공이에요.”

 그날은 신입사원 면접 날이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면접자였다. P는 차를 타고 왔다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면접자가 타고 온 차가 비싼 외제차라서 놀랐을 뿐이다.


 “거래처 사장님인 줄 알았어요. 회사 대표님 차랑 비슷한 급이었죠. 아직 취업도 안 한 사람이 외제차라니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했어요.”


 “대중교통을 타고 오면 공손 한 거고 차를 몰고 오면 건방진 건가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교통수단일 뿐이죠. 다만 저도 놀랍네요. 어디서 돈이 나왔길래 취준생이 외제차를 몰고 왔을까요?”


 궁금증을 해결할 날이 다가왔다. 외제차를 몰고 온 지원자가 최종 합격자로 뽑혔다. P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신입사원의 외제차 출처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P는 은근슬쩍 물었다. 신입은 입사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라며 대답했다.


 “부모님 차 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신입의 차였어요. 대학 졸업 기념으로 아버지가 뽑아 주셨다네요.”


 “외제차라니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군요.”


 P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P가 덧붙였다.


 “대학 때는 중형 SUV를 타고 다녔대요. 그 역시 아버지가 대학 입학 선물이라고 사주셨고요.”

 신입은 등하교에만 차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몰고 다녔다. 일을 끝낸 그는 인근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올랐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동료들과 달리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기름값, 유지비, 통행료 등을 계산하면 아르바이트 월급은 차를 감당하기에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월급은 자신의 용돈으로 들어갔다. 차량 유지비는 일절 부담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P는 신입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야기했다.


 “그 친구가 1년 조금 넘게 일 했을 때에요. 입사하고 모은 돈을 이야기했는데 4천만 원 조금 넘게 모았다고 하더라고요. 본인 연봉만큼 통장에 있었어요.”


 신입은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다녔다. 차가 비싼 만큼 기름도 많이 먹었다. 씀씀이도 남달랐다. 그런 그가 4천만 원을 모았다. 스쳐 지나가는 월급을 붙잡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월급이 들어오면 한 푼도 빼놓지 않고 적금을 부었어요. 1년 꼬박 모았더니 만기 때 4천만 원이 생긴 거죠.”


 “아니 그럼, 여행 다니고 점심 사 먹고 차 기름 넣고 이런 건 어떻게 했나요?”


 “부모님께서 주신 카드로 결제했어요. 그러니까 월급을 몽땅 저금할 수 있었던 거죠.”

 신입의 비결을 듣고 허무함이 찾아왔다. 쓸 거 다 쓰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돈 많은 부모에게 태어나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었다. 입학과 졸업 선물로 차를 받았고, 취직 후에도 카드를 받아 쓰는 신입의 생활이 부러웠다. 한편으론 질투가 났다. 4천만 원은 고사하고 4백만 원도 모으기 힘든 현실이 답답했다.


 “차랑 카드는 시작이에요. 얼마 전 신입이 독립했어요. 회사 인근 오피스텔로 이사했는데 월세, 전세도 아니고 ‘매매’를 했어요. 본인이 모은 4천만 원어머니가 보태준 억 소리 나는 돈으로요.”


 “회사 주변이면 지하철 역이랑 가까운 곳 아닌가요? 역세권이라 금액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역세권뿐이겠어요? 리버뷰까지 누릴 수 있는 곳이랍니다. 요즘 부동산이 난리잖아요? 사자마자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어요.”


 신입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았다. 그의 어머니는 부동산 투자의 달인이었다. 똘똘한 한 채를 잘 굴려서 여러 채를 보유한 말로만 듣던 ‘다주택자’였다. 회사 인근 오피스텔도 어머니의 혜안에서 나왔다. 덕분에 4천만 원 신입은 풍족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근엔 신입의 형이 주택 청약에 걸렸다네요. 인생은 될 놈'은' 되는 건가 봐요. 아니 될 놈'만' 되는 건가 봅니다.

 P와 나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짧은 침묵을 깬 사람은 P였다.


 “우리가 4천만 원을 모을 방법은 주식과 비트코인 밖에 없네요.”


 그 말을 듣고 휴대폰을 꺼냈다. 손절 타이밍을 놓친 주식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투를 잡은 게 화근이었다. 비트코인은 맨틀을 뚫고 들어갔다. 나는 리플에 또 속았다. P를 쳐다보니 나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무언가에 짓눌려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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