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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Mar 06. 2022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물가, 주식 비중, 수익률

투자에 있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세 가지 명제에 대해 이론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1. 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투자는 필수다


투자가 필수인 이유에 대해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는 투자하지 않으면 물가 상승룰만큼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느니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렸을 때 먹던 짜장면 가격이 얼마였는지, 대중교통 요금이 예전에 얼마였는지를 떠올려보면 물가 상승을 실감하게 됩니다. 돈을 그냥 쌓아두면 물가만큼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제 질문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응방법이 투자밖에 없느냐는 것입니다. 물가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1) 투자하지 않으면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

2) 투자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첫 번째 가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돈을 장롱에 그냥 넣어두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여윳돈이 있으면 예금을 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아도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반박은 예금금리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고, 2022년 물가 상승률 전망은 3.1%입니다. 예금금리와 비교해 보면 물가  상승률이 예금금리보다 대략 1%p 내외가 높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는 만큼 전부 손해는 아니고 많아야 연간 1% 내외의 구매력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15년, 2016년, 2019년, 2020년은 물가가 1%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때는 오히려 예금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습니다.)


진짜 문제는 두 번째 가정입니다. 투자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반드시 높을까요? 투자가 필수라는 이들은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주식투자 수익률이 물가보다 반드시 높을까요? 수익이 나기는커녕 손해만 보는 경우가 실제로는 더 많습니다. 보통 주가지수 장기 수익률과 물가를 비교하는데, 실제로 장기투자를 실천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잦은 매매를 반복하다 손실을 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기 5년 동안 저축과 예금으로 1억 원을 모은 사람이 있습니다. 모은 돈의 실제 가치는 1년에 1%씩 손해를 봤다고 치면 대략 9천5백만 원입니다. 이 사람에게 5백만 원을 손해 본 것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9천5백만 원을 모았다는 사실이 중요할까요? 현실에서는 5백만 원 손해 안 보려다 몇 천만 원을 날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2. 나이가 어릴수록 주식투자 비중을 높아야 한다


9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만큼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20세라면 자산의 70%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복리효과를 누리고, 나이가 들수록 주식 비중을 낮춰 안정적인 은퇴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주장에는 다음 두 가지 전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1) 주가지수에 20대부터 은퇴시점까지 꾸준히 투자한다.

2) 연령과 관계없이 투자능력은 동일하다.


두 가지 가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1번처럼 투자했다면 우리나라에서 주식으로 손해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2번 가정도 증권사에서 고객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실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주식계좌의 수익률이 높고, 남성보다 여성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수익률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매매빈도 때문입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잦은 매매로 수익률을 갉아먹습니다. 가장 혈기왕성하고 매매빈도가 높은 20대 남자가 늘 수익률 꼴찌를 차지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보 수집과 매매 타이밍에 유리할 것 같지만, 투자의 세계는 관록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워런 버핏이 죽기 전까지 투자의 1등 자리는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주식 비중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과 관록은 물론 모아놓은 자산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주식투자에 유리합니다. 젊은이가 주식에 올인하면, 가진 것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투자 관련 시뮬레이션을 보면 수익률을 조금만 높여도 20년 뒤 자산의 크기가 현저하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매년 5%의 수익을 내면 원금이 20년 뒤 2.7배가 되지만, 매년 8%의 수익을 내면 20년 뒤에는 원금이 4.7배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여기에 숨어 있는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한 번도 손해 보지 않고 매년 똑같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2) 20년간 투자를 유지한다.


20년 동안 매년 5% 수익을 낸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니 5년에 한 번씩만 10% 손해를 본다는 가정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그럼 갑자기 20년 뒤에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수익률 5%의 경우 2.7배에서 1.4배로 쪼그라들게 됩니다. 두 번째 가정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년 동안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결혼, 출산, 이직이나 실업, 이사 등등 장기투자를 방해하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납니다. 결국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수익액입니다. 100만 원으로는 300%의 수익을 올려도 손에 쥐는 수익이 고작 200만 원입니다. 하지만 10억 원은 10%의 수익만 올려도 1억 원이 생깁니다. 그래서 수익률보다 종잣돈이 중요한 것이고, 투자보다 저축이 먼저인 것입니다.


이론은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론은 현실의 일부를 반영할 뿐, 현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에 입각한 주장을 받아들일 때에는 그에 앞서 이론의 한계를 명확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다방면으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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