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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Sep 08. 2024

금융시장을 대하는 자세 3

음모론에 대한 생각

어느 동네에 새로 빵집이 생겼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처음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었지만, 곧 빵을 가득 담아 가는 사람들로 매장이 붐비게 되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저렴한 가격과 다른 곳보다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빵 크기에 입소문이 났습니다. 장사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매출도 계속 늘어났지요.


그런데 장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지났을 무렵, 빵집 사장님이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갑자기 생긴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빵집을 눈여겨보던 동네 유지 김 사장님이 남보다 앞서 재빠르게 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빵집 운영 경험도 없고 권리금도 비싸게 주긴 했지만, 기존에 하던 방식만 유지해도 쏠쏠한 수익이 나올 게 뻔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님이 가게를 인수한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요새 김 사장님은 아주 속이 탑니다. 알고 보니 이전 사장이 장사하던 방식은 원가가 너무 높아서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고객들을 찾아오게 만든 저렴한 가격과 배부른 양은 실제로는 손해 보는 장사였던 것입니다. 비싼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기 위한 속임수에 제대로 당한 김 시장님은 이제 싸고 양 많은 가게만 보면, 사장들이 모두 사기꾼으로 보입니다.


여러분 동네에 새로 빵집이 생겼습니다. 주변 빵집들보다 저렴하고 양도 더 많습니다. 그 가게 주인은 김 사장님이 속은 것처럼 매출을 뻥튀기해서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사기꾼일까요 아니면, 올바르게 장사하는 분일까요?


일반적으로 싸고 양 많은 빵집이 생겼을 때 사기꾼이라고 의심부터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얘기를 듣고 나면 대부분 선뜻 어느 한쪽으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현실에서 빵집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듣고 나면 위험에 민감한 우리 뇌는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이 이야기를 아는 일부 사람들은 주위에 빵집을 인수하려는 사람을 만나면, 대단한 정보인 양 빵집 사기꾼 얘기를 풀어놓게 됩니다.


금융시장에는 음모론이 참 많습니다.  외국 자본이나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국내 개인들을 벗겨먹기 위해 시장을 움직인다거나, 유대인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조종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유럽 어느 가문이 전 세계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해서 힘없는 국가들이나 개인들의 돈을 빼앗고 있다고도 하지요. 뉴스 상에 주가 조작으로 처벌받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 것을 보면 금융시장에서 나쁜 짓을 하는 조직적인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제과점으로 성공하려는 사람이 사기꾼들의 수법을 모조리 공부한다고 해서 좋은 빵집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시장에 세력이 있으니 그들의 전략에 올라타야 한다거나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역이용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사기꾼들에게 투자해 수익을 나눠 받되 경찰한테 잡히기 전에 빠져나오라거나, 사기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라는 말 같습니다. 저라면 그런 위험한 것들을 궁리하느니 제대로 된 곳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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