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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27. 2023

나는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최고의 안티에이징 기술 

독서모임을 참여하면서 '연륜이 느껴진다.'라는 말을 들었다. 반대편에 앉아 계신 분은 내게 업무로서 전문성이 느껴진다.라는 뉘앙스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연륜'이라는 단어로 치환이 되니 갑자기 늙은이가 된 것 같다. 하긴 홍대입구역만 가더라도 벽면에 아이돌 사진들이 붙여 있는데, 가끔 이들을 볼 때면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실감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가만있어도 알게 되는 아이돌 정보를 이제 내가 약간의 노력을 해야만 알게 되는 정보라는 게 슬프다. 내 주변에는 10대도, 20대도 없어 30대인 나는 상대적으로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지... 하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만큼 경력이나 배움이 축적된다는 것일까. 내 경우에는 경험의 폭은 훨씬 넓어지는 반면 고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10대 때는 부모님의 말씀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의견은 의견일 뿐 스스로 판단했을 때 마음이 내킨다면 내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나잇값 좀 해라.'라는 이야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과연 나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에 맞춰 나이를 먹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고 위축될 필요도, 내세울 필요도 없지만 분명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기준은 분명 존재한다. '경험이 많을 거야, 학식이 있겠지.'반대로 '너무 고리타분한 건 아닌가, 꼰대는 아닌가.' 하는 기준들이다.  타인이 만든 기준들을 생각해 볼 테면, 나이가 드는 건 여러모로 참 피곤한 일이다. 나이를 잊게 만들면서 젊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뭔가를 창작하는 순간'이다. 창작은 타인을 향하기도 하지만 나를 향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때 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하면서 재미를 추구하고 성장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 때, 안티 에이징이 저절로 된다. 나이라는 굴레도 잠시 벗어나게 된다. 한 개인이자 창작자로서 그저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인풋이 있을 때 더 재미있고, 발전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에 끊임없이 인풋을 쌓아간다. 책도 읽고, 전시도 보면서 공부를 하며 쌓은 재료들은 고스란히 내가 창작을 할 때 활용한다. 이렇게 배우고, 창작을 하면서 저절로 성장하게 된다.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지구력을 지닌 창작자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반복해서 연마하는 일은 경력을 무르익게 만든다. 열정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끊임없이 창작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경외감이 앞선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기셨다. 65세 주미덕 크리에이터는 끊임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꾸준히 업로드를 하시고 계신다. 나 역시 70대, 80대가 돼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어 내 손목, 눈, 목 근육들을 빠짐없이 챙긴다. 나이를 테두리 안에 가두지 않고 자기만의 창작 활동을 펼쳐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창작자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일을 하기 위해서 열정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하루종일 공들여 글을 썼는데 월급이 최저 시급도 안 되는 경우라면 그 어떤 창작자도 5년 이상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다른 직업을 찾게 되고, 시간과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창작활동에 전념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오랫동안 창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나로부터 나온 창작물이지만, 결국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대중성을 지닌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자체에도 관심이 많지만, 안정적으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마케팅, 브랜딩에도 관심을 갖는 내가 되야겠다. 


누구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창작을 할 때 가장 본인다워진다고 생각한다. 모든 창작은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엄마가 최근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는데, 창작을 하는 엄마가 가장 본연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딸로서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창작만큼 좋은 안티에이징이 없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나답게 창작하기 위해 나는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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