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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22. 2023

나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해 주기

기회가 없어도 자꾸 만들어보기로 해. 

회사원과 여행작가의 가장 큰 차이는 '일감'에 있다. 회사원의 경우 너무할 정도로 일감이 계속 끊이질 않는다. 내가 임산부이든, 지난주 수술을 받고 온 사람이건 때에 '일감'에 있어서든 동등하다. 하나의 일이 끝나면 바로 다음 일이 이어져 '일'이 없어 걱정할 일은 없다. 대부분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지, 너무 일이 없어 여유로워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회사에서 일이 없어 고충이라는 건 그만큼 회사에서 놀고 있다는 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여행작가의 경우 '일감'이 늘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하나의 책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다음 책 작업이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공백기는 안식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불안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여행작가로서 작업을 할 땐 150% 쏟아붓는 편이라 공백기가 반가웠다. 하지만 이 시기가 3~4개월 지속될 때면 점차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문제는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야 공백기가 사라지는데 꽤 오랜 시간 불러주는 사람 없이 버텨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코로나 시기가 그러하다. 


하염없이 '여행작가'로서의 일감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다간 이대로 시간만 갈 것 같아 스스로 일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스스로 일감 만들기의 장점은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스케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물론 스케줄에 자유가 있다는 건 끝맺음이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맘대로 느슨한 스케줄을 만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서, 날짜가 정확히 정해져 있는 '마켓 참여'부터 시작했다. 


창작자로서 마켓 참여해 보기 

마켓은 창작자로서 독자들과 대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이다. 집에서만 창작을 할 땐 독자들을 직접 대면할 기회가 극히 드물다. 글쓰기, 사진 촬영하기는 대부분 혼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고독한 감정,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한 번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창작자로서 마켓에 참여해 보는 것이다. 마켓에 참여하려면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대부분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셀러모집'이라는 태그로 검색만 하더라도 수많은 마켓 공고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나는 주로 '아트북페어', '독립책방페어' 등을 검색해 관심 있는 페어에 참여하였다. 셀러로서 참가를 할 때에는 막무가내로 모두 신청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심사 과정이 있다. 이때 내가 어떤 창작자이고, 그동안 만든 창작물이 무엇이었는지 가지런히 소개를 하면 마켓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일 년에 2~3차례 셀러로 참여를 하였고 그때마다 내가 만든 독립출판물, 굿즈들을 한 아름 들고 사람들을 만났다. 집에서 글만 쓰고, 회사에서 사무일만 보던 사람이 마켓에 나가는 게 영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독자를 만나는 경험은 새로운 감각을 일깨웠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꽤 흥미롭다는 생각, 다른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한 영감'등 긍정적인 감정을 환기시키는데 충분했다. 


https://tumblbug.com/uxer01



텀블벅에 내 작품을 판매하기 

창작물은 계속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데드라인이 없다 보니 기간 없이 계속 늘어지는 게 문제이다. 출판사와 계약한 작품이라면 정확히 약속한 날짜가 있고, 그 날짜까지 전력을 다하는 편이다. 타인과의 약속은 엄격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은 느슨해져 데드라인 지키기가 늘 어렵다. 이럴 때 비장의 무기로 '텀블벅'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나는 만들고 싶은 굿즈가 있지만 제작하는데 돈이 부족한 경우, 제작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 텀블벅을 적극 활용했다. 텀블벅은 잘만 활용한다면 나에게 무궁무진한 일감을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텀블벅은 아직 실물이 없어도 내가 어떤 창작자이고,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설명을 해줄 수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창작자의 가능성과 스토리를 보고 이 프로젝트를 투자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한다. 텀블벅 '100%' 달성 역시 쉽지는 않지만, 텀블벅에 올린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수백, 수천 명에게 노출되는 효과가 있어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100% 달성이 되었을 경우 타인과의 약속이 성립된 것이니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오도록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연재하기

스스로 일감을 주려면, 스스로 연재하는 방법이 있다. 글쓰기 플랫폼은 다양하고, 잘 갖춰져 있다. 가장 익숙하면서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을 선택해 꾸준히 본인 생각을 연재하는 방법이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제를 잡아 연재를 하는 것이다. 3가지 스스로 일감을 주는 방법 중 가장 난이도가 높지만,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한다. 평소 글쓰기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익히면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연재가 끝나면 연재물을 갖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하고, 결과물을 갖고 스스로 독립출판물을 제작해 볼 수도 있다. 




책 한 권, 콘텐츠 한번 만들고 사라지는 창작자들이 너무나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역시나 '지속 가능한 창작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용적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중간에 발생하는 공백기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지속 가능한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수익적으로 탄탄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가능하다. 


타인이 제공하는 일감에만 의존하면 일감이 없어졌을 때 불안해질 수 있다. 나는 영원한 나의 편이기에 나에게 기회를 계속하여 제공해줘야 한다. 기회가 없어도 계속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감을 제공하면서 가능성을 넓혀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지속할 수 있다. 70대 할머니가 돼서도 낭만적이게 옷을 차려입고 마켓에 참여하고 싶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끊임없이 영감 받고, 지속적으로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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