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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16. 2023

지속가능한 여행작가 생활을 위한 파이프라인

수익화를 위한 파이프라인 만들기 프로젝트 

콘텐츠만으로 먹고산다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정도의 거장이 돼야 가능해 보였다. 내 기준에서는 너무 원대한 목표로 다가왔다. 이제 막 걷기 시작했는데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큰 매실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매실을 수확할 때마다 별 걸 다 해 먹는다. 매실주, 매실청, 매실장아찌 등등.. 한 그루의 매실나무를 내 여행 콘텐츠로 대입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뜻 생각나는 건 강연, 굿즈, 모임, 출판 등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것들로 어떻게 확장해야 할지 방법은 알 길이 없었으나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분명 파이프라인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런 굿즈로 만들어 보았다 :)



내 경우, 첫 번째 굵직한 파이프라인은 '책 집필'이었다. 여행책을 만드는 동안 시간도 1년 이상 소요되고, 같은 여행지를 몇 번씩 가는 수고로움도 생기지만 그만큼 내용 면에서는 깊이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한 권의 책을 만들다 보면 적어도 5권 이상의 관련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준전문가 수준 이상으로 내공이 쌓인다. 사진도 많이 찍게 되고, 글도 계속 퇴고를 하면서 해당 여행지에 대해 계속 고민을 더하게 된다. 출판사와 진행하는 여행책의 경우 사진이나, 글 모두 고르고 골라 만든 경우가 많다. 버려지는 사진, 미처 보여주지 못한 콘텐츠가 아직도 내 컴퓨터에는 잠자고 있었다. 나는 출판 전, 후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두 번째 파이프라인으로 생각한 게 'SNS'이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집중하였다. 얼른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편집 없이 그동안 모아놓은 영상들을 올려보기 시작하였다. 결과는 장렬히 전사하는 수준이었다. 아무도 내 영상을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구독자가 100명 미만으로 멈췄고, 점점 방치하는 계정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전국에 펼쳐져있는 가족들과 공유하기 위해 아빠의 환갑 축하 파티 영상을 잠깐 올리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이지만 가뭄에 콩 나듯 댓글이 하나씩 달리곤 했다. 유튜브로 또 다른 굵직한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싶었으나 이건 실패를 하였다. 광고를 붙이려면 구독자 500명 이상이 돼야 하는데 방치된 채널엔 누구 하나 구독하지 않았다. 그러다 여행작가 유튜브채널을 보고 강의를 의뢰하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망했다고 생각한 채널이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단 만든 것이 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파이프라인으로 '강의'를 가장 먼저 생각했을 만큼 '강의'에 관심이 많았다. 긴 코로나 기간을 겪으면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의는 빠르게 나를 알리면서 시간 대비 수익도 큰 편이다. 그래서 강의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떻게 강의를 시작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이때 유튜브를 보고 도서관에서 의뢰 오는 일이 생겼다. 주제가 '여행작가'이기만 하면 시간도, 요일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 주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매주 1번씩 도서관에 강의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내 이야기를 덤덤히 하는 자리라 떨렸지만, 재미있었다. 게다가 느슨하고 얇디얇지만 파이프라인 한 개가 만들어졌다는 기쁨은 매우 컸다. 이후로 조금씩 독립책방, 동호회 등의 사람들을 만나며 강의하는 시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어떤 열혈 스타트업 CEO의 연락을 받았다. 여행을 글로 읽고,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셨고,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하셨다. 회사 소개보다 젊은 CEO의 열정이 멋져 나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게 목소리로 여행을 소개해 판매를 시작하였다. 녹음실에 가서 콘텐츠를 직접 내 육성으로 녹음하고, 알리는 작업들이 이어졌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고민도 잠깐 하였지만, '목소리 가이드'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곧 미미하지만 수익화도 할 수 있었다. 여행 콘텐츠가 꽤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직접 제작한 독립출판물까지!


내 첫 번째 파이프라인이자 가장 오래되고 미미한 파이프라인인 '책 출판'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는 참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듯, 어쩌면 책도 사람만큼 다양한 취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출판사까지 차릴 깜냥은 안되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50부, 100부 만들어 공유하는 건 흥미로워 보였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자고 했는데 돈을 오히려 퍼부어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었고,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텀블벅은 펀딩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후원을 해서 후원금이 달성되면 돈을 전달받아 창작물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성공을 할지 실패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지만, 일단 시도해 보았다. 말도 안 되는 가능성들이 의외로 씨앗이 되어 또 다른 연결고리를 만드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어떻게 하면 이 파이프라인을 공고히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강의를 하는 방법이 고민이고, 지속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이 숙제이다. 원재료가 탄탄하니 버무리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원재료가 있으면 가능성이 생겨 좋지만, 그것이 곧 굵직한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핵심 파이프라인과 다른 파이프라인들을 잘 연결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창작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들 수 있을지 공부를 더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반복하면서 오늘도 삽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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