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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20. 2023

창작자를 위한 원소스 멀티유즈

B컷의 영상, 사진이라 할지라도 다 쓰임이 있으니까  

비록 책으로 돈은 못 벌지만 경험은 남는다. 그것도 아주 진하고 깊게 파고든다. 편집자와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하게 된다. 대충 얼버무리며 쓴 장소에 대한 소감에 대해 더더더 구체적으로 작성해 달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으며 명료해진다. 자연스레 갔던 장소를 한번, 두 번 더 가보면서 콘텐츠가 두터워진다. 


콘텐츠는 먼저 책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창작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책 외에 다른 수익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콘텐츠를 하나 만들기 위해 모아놓았던 B급의 사진, 중간중간 촬영한 영상이 내 외장하드 안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 재료들을 갖고 다시 새로운 요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름하여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해보는 것이다. 


출처 : 텀블벅


원소스 멀티유즈를 할 땐 그럴싸한 완성품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회사와 계약한 양산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여행 콘텐츠를 만들 때 찍었던 영상, 사진, 음성을 공개해 보는 것이다. 목적은 여러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한다는 것이지만 더 깊숙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하고,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이유도 크다. 



지속 가능한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게 누군가 나를 찾아줘야 한다. 찾아주려면 나에게 어떤 스토리가 있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세상에는 책 외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럼 전방위적으로 콘텐츠를 보여주고 계속 접점을 만들어 사람들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책이 될 수 있고, 영상, 사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정하지 않고 내가 먼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난 단 한 번도 '세상의 끝'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내가 갔던 특이한 여행지, 독특한 풍경 사진을 업로드하니 '세상의 끝'이라는 주제로 잡지 기고를 하게 되었다. 대만에 딱 한번 가본 게 전부이지만 어떻게 희한하게 연결이 돼서 대만 잡지에 내 여행 인스타툰이 기고되었다. 애초 내가 인스타툰을 그릴 땐 '난 무조건 대만 잡지에 나오겠다.'라고 그린 건 아니었다. 다만 책 인세로 나의 콘텐츠가 끝나기엔 너무 투자 대비 수익이 미비했고, 원소스 멀티유즈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그림, 영상 등을 시도해 보게 된 것이다. 


필요시 타인의 도움을 받기

아주 가끔은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나는 회사 내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가끔 우리 회사가 혼자 하기 어렵거나, 출시 시기를 빠르게 앞당겨야 할 땐 '전략적 협업'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외부 업체랑 협력을 한다. 처음에는 회사에 수많은 연구원들이 있는데 왜 다른 업체에 맡기지?라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돈을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시장 출시일을 극적으로 빠르게 앞당기거나, 기술을 쉽게 확보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때론 과감히 협력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때 배운 건 협력을 두렵게 생각하지 말고, 돈이 들더라도 때론 과감히 투자를 하자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창작자가 되기 위해 내가 부족한 건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여행 인스타툰은 100% 내가 모두 그린 그림들이 아니다. 남편은 웹툰을 좋아하고 줄곧 따라 그린다. 남편의 재능을 보고, 첫 콘티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첫 콘티가 그려지면 나는 그 위에 채색을 하거나 밑그림을 그리는 형태로 콘텐츠를 빠르게 완성해 나간다. 여행 영상도 처음에는 내가 모두 편집하였지만 시간이 너무 없을 땐 주변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큰 편집을 하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물론 돈이 들 수도 있다. 아니 돈도 못 버는데, 돈을 쓰라고?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지속'하기 위한 투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구조라면 과감히 투자를 염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으로 돈을 버는 건 낭만적인 일이지만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오늘도 부지런히 여행을 하며 모아놓은 B컷 영상과 사진들을 묶어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낌없이 공유하면서 세상의 다채롭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지속가능하게, 죽을 때까지 함께 말이다. 현실은 퍽퍽한 일상이라도 여행을 통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고, 재미를 발견하고, 기쁨을 찾는 감각을 죽을 때까지 놓고 싶지 않다. 



*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는 용도로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처음 만드는 굿즈라서 허둥지둥이지만 애정을 갖고 하나하나 공정 과정을 거치고 있답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tumblbug.com/uxer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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