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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Apr 08. 2021

멈추게 하는 사람들

거리의 예술가들

히베이라 강변에서 한 무용가를 만났다. 

그녀는 춤추듯 움직이며 각각 파란색, 하얀색, 노란색, 빨간색 실을 사람들에게 건넸다. 거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모였다. 한순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생겼다. 그녀는 실 아래를 낮은 자세로 지나기도 하고, 바닥에 손을 짚어 천천히 텀블링하기도 했다. 마치 그녀가 마지막 실 한 가닥이 되어 실 사이사이를 꿰어주는 것 같았다. 공연 막바지에, 그녀는 자신이 이 일에 열정이 있으며 또한 사랑한다고 했다.    


포르투를 거닐면 거리 곳곳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모후 정원에서는 소년들이 디제잉을 하고, 플로렌스 거리에서는 해리포터 망토를 맨 코임브라 대학교 학생들이 트롬본 연주를 하기도 한다. 특히 강변의 레스토랑 테라스 자리는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나는 포르투에서 지내는 동안 두 장의 CD를 샀다. 한 장은 히베이라 강변에서 만난 여자 가수의 앨범이다. 포르투에 도착한 날 그녀를 봤는데, 다음날 오후 그리고 저녁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밤이 되어 강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는데 얇은 외투와 머플러 하나 더 걸쳤을 뿐이다. 중저음으로 귀에 익숙한 노래를 부르다가, 뒤에 이르러 자신의 자작곡을 들려줬다. 나는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대신 CD를 샀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공연을 했다. 두 번째 CD는 그 드물게 같은 자리를 지킨 남자 가수의 앨범이다. 나는 한동안 클레리구스 성당을 찾았다. 매일 12시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나오는 길에 기타를 맨 남자 가수가 있었다. 기타 선율과 허스키한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그를 세 번째 만났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도 멈춰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러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발길을 잡아끄는 건 익숙한 음악보다 익숙한 얼굴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짓과 목소리를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다. 거리의 예술가들은 단순히 팁을 받기 위한 일회성 공연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기획한 무대를 보여주고 앨범, 또는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나아간다. 나 또한 그들의 열정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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