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Oct 17. 2024

공감과 냉정 사이




얼마 전 성공한 사람은 소설을 읽지 않고 자기계발서만을 읽는다는 내용의 릴스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영상의 내용에 동의를 해서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핵심은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애써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유명한 CEO들의 추천 도서를 일일이 구글링 해보니 정말로 자기계발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론 머스크처럼 창의적이고 기발한 사고를 하는 경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했지만, 대부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 중심으로 읽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에 눈을 돌리게 한 획기적인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변화를 반길 겨를도 없이 한쪽에서는 작가의 노력과 작품성을 칭찬하며 함께 기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노벨상을 탈 정도의 작품인지 분석과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소설의 내용에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라며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실 작품에 대한 느낌은 기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삶의 경험, 생각의 깊이, 가치, 사고방식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칭찬하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맞는지 틀리는지, 노벨상 감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일단 명예로운 상을 받은 사람을 보며 함께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뇌에는 거울뉴런이 있어서 상대가 기뻐하는 것을 보면 기쁨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 되어 같이 기쁜 감정이 들고,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고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 되어 슬픔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러한 뇌활동은 타고난 생물학적 특징으로 자신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자연스레 감정적 반응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직관과 감정을 이성이나 신념 등으로 반복적으로 억누르거나 심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 작용이 억제되어 거울뉴런이 퇴화된다.


더불어 본인이 상대보다 어떠한 측면에서든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공감을 못한다고 한다. 1990년대 이탈리아 연구자들이 실험을 통해 권력을 가졌다는 생각만 해도 거울뉴런이 억제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던 평소 자극에서 공감에 이르는 길이 자주 억제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은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권력이 많을 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푹 빠져서 주인공의 감정에 함께 흘러가는 경험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울뉴런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될테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