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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7. 2018

<취재현장> 조어대 동문

#취재현장 #특파원 #중국

<취재현장> 조어대 동문 앞

    조어대(釣魚台).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뭔가 기억이 잘 안 나는 그런 곳이다.
    조어대는 중국에 초청받은 귀빈들이 묵는 국빈관이다.
    뜻은 낚시터라는 뜻인데. 예전에 낚시터였는지 아니면 뭐 세월을 낚는다는 곳인지. 아니면 절경이 있어서 낚시가 생각나서인지 이름이 그렇다.
    실제로 조어대 안쪽에는 곳곳에 연못이 있고, 조어대와 잇닿아 있는 옥연담 공원에는 큰 호수도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가 기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라니 믿기는가?
    베이징에는 두 곳의 극지방이 있다.
    한 곳은 어제 내가 영하 3도의 날씨에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T3 VIP실 앞이고, 나머지 한 곳이 바로 이 조어대 동문 앞이다.
    T3 VIP실 앞이 툰드라라면, 조어대는 남극 세종기지라고 보면 된다. 오늘 베이징은 영하 8도. ㅠㅠ
    조어대 동문 앞은 널찍한 대로가 있다.
    그렇다. 바람이 내 귀싸다구를 마구 때리는 곳이란 거다.
    게다가 귀빈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공안이 촘촘히 배치가 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했을 때는 기자들을 돼지 몰 듯 조어대 동문에서 500m 밖까지 쫓아내기도 했다.
    이곳의 취재가 왜 어렵나 하면, 일단 너무 훤하게 동태가 보이기 때문에 숨을 곳이 없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취재대상이 급이 높기 때문에 엄청 삼엄한 호위를 받고, 경비도 대단하다.
    그러니 사진을 찍으려면 항상 망원 렌즈를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동문에 있나?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조어대가 동문 하나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문이 너무 많다. 그래도 대문이 동문이고 경비도 제일 삼엄하다.
    그리고 조어대는 베이징 서쪽에 있는데 베이징 시내로 진입할 때 동문이 동남북 방향으로 움직이기 가장 편하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조어대 앞쪽에는 구닥다리 같은 동네가 형성돼 있다. 다 높이가 낮은 아파트나 단독 주택이다.
    왜 그러냐면 귀빈이 묵는 조어대 앞이기 때문에 개발이 제한된 것이다.
    이 곳 주민들은 좁은 골목에 항시 주차난을 겪는다. 그래서 인도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 용인되는 지역이다.
    '아. 이거구나!'
    기자들은 이 점에 착안해 김정은 위원장같이 귀빈이 방문하면 새벽 일찍 나가서 조어대 동문 앞이 내다보이는 인도에 차를 주차하고, 공안과 눈치 싸움을 한다.
    공안이 돌아다니면서 차 안을 확인하는데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내 차가 중국 법규에 어긋날 정도로 선팅을 진하게 한 것도 다 그 이유다.
    밖에서 안이 안 보여야 공안의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나와 영혜가 어제 온 리용호 아재 취재를 위해 조어대에 가는 날.
    우리는 두껍디두꺼운 구스다운을 꺼내 입고 지금 조어대 앞 차 안에 똬리를 튼 뱀처럼 독이 바짝 올라 웅크리고 있다. 차 안도 너모 추웡.
#취재현장 #조어대 #발꾸락이다얼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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