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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22. 2019

<취재현장> UN제재대상 '북한 만수대창작사' 미술관

#취재현장

베이징 예술구인 798에 자리한 북한 만수대창작사 베이징 미술관

<취재현장> UN제재대상 '북한 만수대창작사' 베이징 미술관

    중국 베이징의 예술구인 798은 사실 냉전 시대에 병참기지이자 군수공장이 설치됐던 공장지대다.

    지금이야 중국 현대미술이 뜨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지역이 됐지만, 이곳에는 예전 소비에트 연방 중 하나인 중국의 군수 공장들이 들어섰던 곳이다.

    이곳에는 많은 국가의 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국문화원도 베이징 도심인 궈마오보다 차라리 798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독일을 비롯해 이스라엘, 덴마크, 이란, 바레인, 북한 등의 문화원과 갤러리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곳에 북한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지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798. 왼쪽부터 751디자인구, 세계 3대 갤러리인 뉴욕 pace 갤러리 베이징 브렌치, 독일문화원.

    사실 직접 운영은 아니고 북한 미술품을 독점으로 계약해 들여오는 관장님 부부가 직저 운영 중이다.

    성공한 북한 덕후로서 북한 최고 미술품이 즐비한 북한 만수대창작사 미술관 베이징 브렌치를 내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가 바쁜 일정을 쪼개서 취재차 다녀와 봤다.

    요새 일부 매체에서 방북 당시 만수대창작사 작품을 사서 들여온 정부 관계자랑 정치인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시끄러운데 사실 이것은 잘 따져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예술 공작소라는 것도 맞고, 유엔 제재 대상에도 올라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만수대창작사에 가서 미술품을 사서 오는 것이 대북제재 위반인지는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을 체크해봐야 한다.

    사실 대북제재는 무슨 형법처럼 똑 부러지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관련 규정에 관해서는 유엔 1718위원회에 질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1718위원회에 질의도 하지 않고, 만수대창작사 미술품을 들여온 것은 지탄받아야지만 디테일하게 내가 따져보니 제재 위반은 아닌 것 같다.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만수대창작사 관련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주요 외화 획득원 중 하나인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조형물(statue) 수출을 금지한다'라고 나와 있다.

    대북제재에서 지적한 사항은 북한이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형 동상 제작과 관련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세부 사항을 보면 조형물이라는 항목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번에 한국 인사들이 들여온 예술품이 대형 동상이 아니라면야 대북제재 위반은 아닌 셈이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따져서 대북제재 위반이면 미국이 중국 수도 한복판에 운영 중인 북한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을 가만 놔두겠나? 죽음의 백조나 F-22 랩터 보내서 '외과수술식' 타격으로 정밀 타격해 잿더미를 만들어 버리겠지. 물론 미술관은 영리 목적으로 미술품을 거래할 수는 없다.

만수대창작사 미술관 앞에 세워진 천리마 동상.

    사설이 길었는데 북한 만수대창작사를 매번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어 못 가봤는데 오늘은 취재차 제대로 관람을 했다.

    마침 관장님이 자리에 계셔서 '관장 안내'라는 특전까지 받았다.

     X관장님은 하도 한국 기자들이 와서 대북제재 위반이니 뭐니 하면서 부산을 떨어서 기자에 대한 경계가 강했는데 동행한 김동욱 작가님과 오랜 친분 때문인지 쉽게 마음을 열어 주셨다.

    일단 내가 처음 느낀 감상은 사회주의 예술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면 이렇게 되갔구나였다.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에 있는 작품 대부분은 공필화였다.

    최근 내 주변에서 어디까지가 예술인가가 화두인데 이 정도 반열에 오른다면 공필화도 예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디테일했다. 

    만수대창작사 2층 전시실에 가면 커다란 천지 그림이 있다.

    이 그림 속 천지는 우리가 흔히 백두산 관광을 가서 봤던 중국 측에서 바라본 백두산 천지 서파, 북파, 남파가 아니라 북한 쪽에서 바라본 동파 전경이다.

    그림의 폭은 10m, 높이가 3.5m다. 일반 아파트 천정 높이가 3.3m 정도니 아파트 한 개 층보다 높이가 더 높다.

    그림 옆에 서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일반 성인 남성이 저렇게 작게 보이는 거 보면 그림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천지 그림이 아름다운 것인 디테일이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 8명이 공동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유화임에도 색 배합 등이 한 작가가 그린 것처럼 통일돼 있다.

    내가 사실 눈여겨봤던 것은 공필화보다는 동양화 파트였다.

    워낙 북한에서 수준 있는 작가들이 모인 만수대창작사 작품이다 보니 동양화도 그렇고 수준이 꽤 높았다. 여기 있는 작품은 대부분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같은 수준 높은 작가들이 그린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관장님께 들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북한 작가들은 작품을 캔버스에 그리기도 하지만, 동양화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한지인 '참지'에다가도 그린다고 한다.

    나뭇잎 채집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바로 참지에 그린 작품인데 한국의 한지와 중국의 선지하고 다른 것이 무슨 육포 찢기듯이 참지는 쫙쫙 깃털처럼 뜯어지는 것이 한중의 것과는 달랐다.

그림 설명 중인 관장님(맨 왼쪽), 참지는 표면이 깃털처럼 일어난다. 박 관장님이 직접 잡아 당겨서 깜짝 놀랐음. 맨오른쪽은 이 그림을 그린 정희진 작가

 

   이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중 하나는 홍시 그림이었다. 이 그림도 보면 동양화라 그런지 일평생 쌓은 내공으로 긋는 '원터치'가 매력적이다.

    그냥 툭툭 쳐서 그렸는데도 홍시 위에 쌓인 눈이 고대로 표현된 것을 보면 북이나 남이나 경지에 오른 예술가들은 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북관계가 더 좋아지고, 북한에 쉽게 드나들 날이 오면 한번 북쪽으로 넘어가서 유명 미술관과 전시관을 투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일러주고 싶은 것이 있다. 중국에 보면 북한 예술품 파는 거래상들이 많은데 사실 북한 만수대창작사와 공식 파트너로 돼 있는 곳은 이곳뿐이란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실제로 미술관 2층에 올라가면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옛 병참 기지였던 798의 북중 련합공장기지를 돌아봤다는 기록 사진도 거려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홍시와 까치 동양화. 리경남 작가의 작품. 아래는 김일성 주석이 생전인 1961년 7월 798 북중 련항공장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북한만수대창작사 #제제위반기자 #덕중의덕은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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