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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30. 2018

<취재현장> 중국외교부 브리핑룸 포토라인

#취재현장

<취재현장> 중국외교부 브리핑룸 포토라인

    중국외교부 브리핑룸인 란팅(蓝厅)은 내가 공항 다음으로 많이 가는 출입처이다. 매주 5일 정례브리핑이 이곳에서  열린다.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전에 한번 란팅에 대해 포스팅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놔두고 오늘은 란팅에서 내가 계절별로 하는 꼭 필요한 일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인 3명이다. 인상이 약간 험악한 큰 형님 루캉 대변인과 기자들에게 다정다감한 화춘잉 대변인, 그리고 개구쟁이 같이 생겼지만 나이가 은근 많고 장난을 잘 치는 겅솽 대변인이다.

    계절별로 내가 꼭 해야하는 일은 바로 이들의 사진을 찍는 일. 데이터베이스 확보 차원도 있고, 철별로 바뀌는 복장에 맞추지 않으면 겨울 기사에 여름옷을 입은 사진을 붙여야 하는 실례(?)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중국외교부 사이트에 가면 각 대변인의 사진이 매일 올라오지만, 우리가 필요한 사진이 있기도 하고 나는 그냥 내가 찍은 것으로 하는 게 더 좋아서 가끔 카메라를 가져와 찍는다.

    이런 날은 내가 매일 앉는 맨 앞줄이 아니라 맨 뒷편 포토라인에 서서 브리핑을 보는데 여기는 또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일단 세워둔 카메라를 건들여서는 안 되고 방송 카메라가 촬영 중일 땐 웬만하면 스틸 카메라 기자가 정신 사납게 돌아다녀도 안 된다. 그저 조용히 정면 한번,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촬영을 하고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

    여기에 서면 꼭 외교부 사진 담당 직원이 와서 

    "니 쓰 총 나~~알...(라이더)?"(너는 어디 소속이니?) 하고 매번 묻는다.

    그러면 "워 쓰 한롄서"(나 연합뉴스에서 왔소)하면 

    "아, 쓰마? 워 창창 칸 니먼더"(오. 그래 기사 잘 보고 있어) 라고 하고 

    내가 "쎄쎄"하면 대화가 끝난다.

    이제 얼굴을 익혔을 법도 한데 분기별로 꼭 한번씩 물어본다. 

    사실 연합뉴스는 한국에서보다 중국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더 크다. 이유는 여러가지 인데 중국 매체들이 꼭 한국매체 인용을 할 때 한롄서라고 인용 출처를 밝히기도 하고, CCTV 아나운서 원고에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당기관지인 인민일보, 통신사인 신화통신이 방송매체나 신문들보다 지위가 한 단계씩 높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CCTV사장이 차관급 직급이지만, 인민일보와 신화사 사장은 장관급이다.

    그래서 어디가서 한롄서라고 하면 "껀 신화서 이양 더 바?"(신화사랑 같은 거?) 라고 묻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그럼 그냥 '끄으덕 끄으덕'하고 그런 척하면 아주 잘 해 준다.

    오늘 겅솽 대변인 사진이 아주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이제 화춘잉 대변인만 찍으면 된다.

#취재현장 #중국외교부 #란팅포토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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