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자신만의 대나무숲이 있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친 사람은 속병이 나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아무리 예의가 바르고, 초긍정에 좋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도 분이 차서 열이 확 올라오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물론 산중에 들어가 득도를 하거나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라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4대 성인도 불같이 화를 내는 일화가 매 경전에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경지에 오르려면 반인반신 즘은 되어야 나 보다.
세상을 등진 일곱 현자인 죽림칠현도 그래서 대나무숲으로 들어갔는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뒷담화가 될 수도 있는 대나무숲 사용은 잘만 활용한다면 삐걱대는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 좋은 구리스가 될 수 있다.
대나무숲은 몇몇 절친이 모인 단톡방이 될 수도 있고, 배우자나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종교 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페이스북 제한 친공글이 될 수도 있다.
대나무숲은 여러 형태로 존재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장이 대나무숲이 되기는 어렵다.
사람은 공감을 통해 위안을 받기 때문에 속상한 감정을 밖으로 쏟아냈을 때 그 감정이 바닥에 나뒹굴고 흙투성이가 된 채 죽음을 맞으면 일순간의 시원한 느낌은 있어도 치유가 되진 못한다.
대부분 사람은 이런 공간이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 이런 공간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삶은 그래서 매우 고될 수 있다.
대나무숲에 하소연을 늘어놓을 때 이따금 '어, 이건 좀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대나무숲은 더는 대나무숲이 아니니 감정의 배설을 멈추는 것이 좋다.
자칫 대나무숲에 풀어놓은 비밀이 밖으로 새 나가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대나무숲으로 여기고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반드시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남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면 애초에 이야기를 듣지 말자.
나도 대나무숲이 두서너 군데 있다.
이런 공간을 여러 군데 만들어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여태껏 내가 말한 것이 새 나가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나름 견고한 스크럼을 짠 대나무숲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좀체 투덜대는 법이 없는 편인 나도 요즘 대나무숲 사용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
아마도 조금 일상에 치이기 때문인 것 같다.
대나무숲 사용이 늘수록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도 무언가 삶에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겠지.
나중에 고치더라도 오늘은 지치고 힘든 월요일이다.
대나무숲 찬스 한 번 더 쓰고 힘내서 점심까지 버텨보자. 그리고 저녁에 대나무숲 모임 콜?
#대나무숲
++여태 제 대나무숲이 돼 준 분들 감사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