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AI기자의 시대-어떤 기자가 살아남을까?>
늘상 말하지만 AI나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의 발달로 현재 직업 중 상당수의 직업이 미래에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어떨까?
다행히도 기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매우 극소수의 기자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업태는 모르겠고 통신사만 따져 보자면 우리 업무의 대부분은 사실 루틴한 기사를 다룬다.
날씨, 시황, 스포츠, 사건, 통계 등등 분야가 그렇다.
이런 부분은 이제 AI로 무장한 로봇 기자가 사람보다 더 잘 쓸 날이 머지않았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주로 과거에 언제, 어떤 사건과 비교해 이번 일이 이렇다는 식으로 기사를 많이 쓴다.
인간이 이런 기사를 한 줄 쓰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AI는 0.000000000001초면 작성이 가능하다. 게다가 인간보다 오류가 훨씬 적기까지 하다.
'아니 그럼 탐사보도를 하면 될 거 아네요!'라고 할 수 있지만, 왜 언론사에서 저런 기사를 주로 쓰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기사 수요가 탐사보도보다는 저런 기사에 더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론의 헤게모니 이동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신문·라디오-> 방송-> 인터넷 매체(통신)->포털->?'
지금은 인터넷 매체와 포털 사이 어느 메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포털은 콘텐츠 생산 기능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포털회사에 로봇 기자 두어 대를 들여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플랫폼을 쥐고 있는 그들이 70% 이상의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넷플릭스가 HBO 제작 능력의 70%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래에 살아남는 기자는 사실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로봇 말진이 생산해낸 수많은 기사 중 옥석을 가려서 살짝 손을 봐서 보도하는 편집기자와 탐사보도나 르포같이 현장성 높은 기사를 쓰는 탐사기자다.
둘 중 누가 더 선호될지는 모르겠으나 저널리즘으로만 본다면 후자의 기자를 지망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긴 하다.
포털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영역은 당연히 로봇 기자가 작성한 초벌 기사에 간단한 에디팅을 거친 기사들이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정보와 유용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언론의 중심은 빠르게 포털 쪽으로 향해 갈 거다.
나라면 무엇을 택할까?
나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콘텐츠를 골라내는 눈과 이를 다듬는 에디팅 능력을 키우는 데 정력을 쏟아붓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대세가 그렇기 때문이다. 물론 탐사보도를 하는 멋진 기자가 되고 싶지만, 사실 기자 연차 15년이 넘어가면 필력이 달리기 마련이다.
물론 전문 분야를 후벼 파서 AI도 못 따라올 인사이트를 갖는다면 조금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능력을 키운다 해도 내 선택은 전자다.
다시 한번 이유를 묻는다면 '직업의 제1 목표는 자아실현이기도 하지만, 높은 확률로 먹고사니즘이기도 하니까'라고 답하겠다.
호수, 단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빠 현직에 있을 때 얼른얼른 결혼하렴. 축의금 개꿀이란다.
#포털_관계자분들_연락주세요 #현기증난단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