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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2. 2018

티키타카 하는 세상살이는 두배로 행복하다

#단상

    
<티키타카 하는 것에 대한 단상>

    '주고 받다', '티키타카'
    거의 반년만의 한국행 일정을 마치고, 기분 좋게 새벽잠을 잤다.
    간만에 깊은 잠을 자선지 정신이 맑다. 맑은 정신을 허투루 쓰기 싫어 한국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곱씹어 봤다.
    처음으로 홀로 한국에 가 꽉꽉 채운 3박 4일 간의 여정은 내겐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했고, 많은 것을 먹었고, 많은 것을 느꼈다.
    상쾌한 기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이불보를 걷어붙이고 펜을 아니 폰을 잡았다.
    잠에서 깨어난 뒤 핸드폰 시계를 보니 7시30분.
    비행기에서 마지막 <맛객> 글을 쓴 지 정확히 12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여정은 진즉 끝났지만, 아직도 마음에 남은 온기는 가시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 일정을 돌면서 '주고받았던' 따스운 마음 때문이겠지.
    그동안 내 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 놓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 좋은 '일탈'이랄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내게 살갑게 다가와 주시고, 내 속에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게 편안한 존재가 된 사람들.
    아빠, 엄마, 친구들, 이웃들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그동안은 나는 왜 꽁꽁 싸매고 놔뒀던 걸까 이 마음들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쭙잖은 계산 때문 아녔을까?
    내가 10개를 주고, 다시 10를 받고, 티키,. 타카,.하는 거나 그냥 10개를 꽁꽁 사매고 있는 것이 뭐가 다를까. 오가는 과정에서 행여 맘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겠지. 나도 모르는 새 세상이 준 생채기에 깎이고 깎여서 아직도 편히 나를 놓지 못하는 두려움이 큰 거겠지.
    10개를 주고, 10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무 상관 없지만, 행여나 10개를 주는 내 마음을 의심받는 것이 싫었겠지. 나는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병'에 걸렸으니까.
    용기를 내세요. 힘을 내세요. 하면서 가장 용기없고, 기운 없게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것을 나는 오래 전부터 알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게이트 앞에서 고요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가방에 넣어둔 윤동주 시집 사은품 별 헤는 밤 핫팩을 꺼내 들 때 써야 비로소 '주고 받았다'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조심스레 첫발을 내 디딘 아이처럼 몰래 환하게 웃어 보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가족, 친구, 이웃들 매번 넘지 못한 벽을 이제는 '점' 박힌 손으로 낑낑 부여잡고 매달린 형국까지 끌고 온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0개를 주면, 10개가 돌아온다. 처음 있는 일이다. 10개를 주는 것에 만족하고, 인간사에 미련 두지 않았던 날들.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 가며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토닥여 가며 버티던 날들에 익숙하던 나는 또 한 뼘 성장했다.
    주고, 받으면 꽁꽁 싸뒀던 10개는 세상에 20개의 흔적을 남긴다.
    10개가 지나간 자리에는 길을 생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흐르겠지.
    10개가 가고, 5개가 돌아와도 나머지 5개는 다른 길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갈 것이다.
    티키,. 타카,. 기분 좋은 여행 잘 마쳤다.
#단상 #주고받다 #티키타가 #따숩따숩세상따숩
++온수매트야. 너한테 따숨을 만날 받고 있는데 내가 너에게 줄 것은 배가 터지게 먹고 온 해물과 해초 같은 물 것 냄새가 벤 가죽피리 밖에 없네. 이거라도 잘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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