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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2. 2018

저울눈금이 겨우 1kg 줄었다...다이어트 계속해야나?

#단상 #저울

<저울 속 눈금이 1kg 준 것에 대한 단상>

    모두 모르겠지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
    원푸드, 저탄고지, 단식, 금주 등을 체계적으로 하는 다이어터는 아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살아 빠져라' '살아 빠져라'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일명 '믿음 다이어트'.
    다이어트 같지 않은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매번 굶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술을 끊기에는 기자라는 직업의 업태와는 과도하게 상반돼 좌절하고 스트레스만 받다가 폭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 이렇게 찌나 저렇게 찌나 마찬가지니 차라리 마음 편히 먹고 운동만 빼먹지 말고, 온 우주를 향해 간절히 빌어 보자. 이게 믿음 다이어트의 시작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믿음 다이어트를 시작하자마자 과음으로 위경련이 왔다. (오, 믿습니다)
    음식을 먹지 못하니 자연스레 살이 빠졌고, 고새를 못 참고 또 술을 마셔 장염이 와서 또 빠졌다. 일명 '병 다이어트'. 의도치 않게 6kg이 빠졌다.
    그래, 이 몸무게라도 유지하자. 그렇게 결심을 하고 어언 두 달이 지났다.
    사람이란 게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따순 온수매트 찾는다더니 이제는 좀 더 빠졌으면 좋겠다고 욕심이 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시작한 '욕심 다이어트'.
    나는 매주 월요일 사우나가 딸린 실내 테니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몸무게를 잰다. 집에도 저울이 있지만,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재는 그 쪼는 맛이란.
    근데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니 몸무게가 줄지를 않는다. 학교 음악 시간에 노래 잘하는 아이도 멍석 깔아주면 염소 목소리가 되는 거 마냥 살이 줄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났지만, 몸무게는 요지부동. 저울이 이상한 것인지 괜히 뒤에 건전지를 확인해보기도 하고, 들었다 놓고 다시 올라 가보기도 했지만, 항상 그 몸무게다.
    어제 저울에 올라가기 전에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이유없는 기대감이란 항시 실망이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지난 주말에는 단이 생일이라 키즈카페에서 나름 바쁜 하루를 보냈고, 테니스도 주말 새 두 번+월요일 한번 총 세 번을 쳤다.
    자, 간다. 결과는 몸무게가 1kg 줄었다. 기쁨보단 '에계?'라는 탄식과 함께 실망감에 목에 걸친 수건, 라커 열쇠까지 내려놓고 다시 재봤지만 결과는 '애걔' 그대로 였다.(수건, 열쇠 무게는 0인가요? 이과 선생님들 이거 왜 이러는 거임)
    실망을 하며 머리를 말리는 데 불현듯 오늘 낮에 먹은 히쓰마부시가 떠올랐다. 어젯밤에 먹은 떡국도, 일욜 낮에 먹은 사천짜장, 간식으로 먹은 단이 케이크, 롯데 요쿠르트 젤리, 차파이 두 병... 끝도 없구나. 그래 안 찐 게 어디냐. 언제부터 살 빠졌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서 저울의 심정도 생각하는 '역지사지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어쩌면 어허 내가 이렇게 했는데? 니가 이러면 안 되지? 어허. 라며 1kg 감량에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 노력만 바라보고 상대의 그 바뀌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연차가 찰수록 주변에는 온통 사우나 저울 같은 사람들이 늘어난다. 생각을 바꾸려 하지도 않고, 남과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넘쳐 난다. 전엔 안 그랬던 후배가 자신의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고, 함께 부장 욕을 하던 선배도 어느새 부장이 돼 귀를 닫기 시작한다. 주변만 그런다고 생각하기 전에 나도 저울 같은 사람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항상 엄마가 회사 생활에 툴툴대는 나한테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이 생각난다.
    "학교에선 10개를 하고 8개만 거둬도 잘한 것이여. 회사서는 10개를 하고 4개만 거둬도 니복이다. 나머지 6개는 니 새끼들 입히고 매기고 헌 월급값이라 생각혀잉."(최소 칼릴 지브란)
    역지사지. 나이 들수록 실천하기 어려운 4글자. 나이에 숫자 4가 붙었다면 더 되새겨 볼 가치가 있는 말이다.(나는 아직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4끼를 먹어보자. 3끼는 먹고 싶은 사람과 먹고, 나머지 한 끼는 간식이든 달큰한 커피와 케익이든 제일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해 보자. 그리곤 물어보자
    "내가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나요?"


#단상 #저울새끼나쁜새끼 #한끼를더먹자는말을이렇게까지해야나 #이게사는건가 #엄마들채소현인 #동규야밥먹자누리누나가사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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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슨생님들 근데 저 만화에 나오는 거 답이 뭔가요? 저는 25g 같은데 (근거 : 내 귀신 같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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