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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2. 2018

온라인의 인연은 오프라인보다 깊지 않다? 글쎄

#단상



<주변에 항상 사람이 북적이는 나에 대한 단상>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나는 성격이 밝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정이 많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고민 상담도 꽤 잘 해주는 편이다. 또 밥도 기자치고는 잘 사주는 축에 속한다.

    그래서 항상 주변에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내가 먼저 호의로 대하는지 사람들이 먼저 나를 호의로 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런 성격이 때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좋은 쪽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주역을 공부하시는 우리 아버지 말대로 '미'(양)시에 태어나 타고 나기를 단체생활을 잘하는 성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과의 일에 대해 기억을 잘하고, 이름은 진짜 못 외우는 편인데 얼굴은 한번만 봐도 잘 까먹지 않는 재주가 톡톡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또 눈치가 빨라 남의 감정을 살피는 데 능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상대를 이해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고, 그만큼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지는 것이다.

    나는 또 오지랖도 꽤 넓은 편이다.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하면, 먼저 도움을 주려고 물어보는 편이다. 내가 바쁘지 않으면, 상대가 어려움을 겪는 분야의 사람을 소개해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내 선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면 열과 성의를 다해 처리해 준다.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가끔 피곤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여러 일을 함께 같이 잘하는 편으로 내 일을 하면서 한두 건쯤 지인들의 일을 같이 진행해도 크게 본업에 방해받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남을 대하는 것과 달리 남에게 부탁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굉장히 방어적이다. 그냥 내 일은 대충 내가 알아서 처리하는 편이고, 진짜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린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그게 마음이 편하고, 그 사람을 다음에 만날 때도 덜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민폐가 되면 그 사람이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게 약간 이상한 건데 괜히 부탁도 해보고, 농반진반으로 한국 들어가면 밥 사달라는 소리도 씀벅씀벅 잘한다. 아마도 오프라인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보니 더 그러는 것이겠지만, 의외로 이런 신세 지고 받고 하는 것이 재미지기도 하고, 남한테 기대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도 뜻밖의 호의를 받게 돼 황송하기도 하고, 놀리기도 했다. 특히 내가 준비해간 선물에 비해 분에 넘치는 성의를 받았을 때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좀 쑥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되게 좋았다.

    다시 나의 인간관계로 돌아와 보면, 내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이들과 다 깊은 관계를 유지하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주로 한 시기에 2~3명 정도 하고만 깊게 사귀는 편이다. 아마 나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그런 형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 것이다. 항시 보면 마음에 더 맞는 사람이 있고, 괜스레 마음이 더 쓰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SNS에서 활동을 하면서는 이 용량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크다는 생각을 했다. 2~3명이 아니라 20~30명 정도랄까? 

    나는 그분들이 한 이야기나 겪었던 좋은 일, 나쁜 일을 될 수 있으면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또 프로필이 바뀌었는지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살피려고 노력한다. 내가 글을 쓰거나 공항같이 핸드폰으로만 페북을 해야 할 때는 주로 내 페이지에 머무르지만, 사무실에 앉아 쉬면서 페북을 할 때면 페친들의 담벼락을 한 바퀴 휘~하니 돌고 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 특유의 사람을 옆에 두려는 특성이 온라인에서는 더 쉽게 발현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하려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하거나 커피를 같이 마시거나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만 가능한 일들인데 온라인에서는 키보드 몇 번 두드리면 가능한 일들이다. 혹자는 이런 가벼운 대가만 지불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역시 가볍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온라인 공간은 남을 더 쉽게 위로하고, 더 쉽게 공감해주고, 쉽게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좋은 환경이다. 사실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데 온오프라인이 무슨 상관인가. 최근 우리 지사에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나 같은 경우는 SNS에서 한참을 웃고 떠들고, 위로받고 하면서 제일 먼저 컨디션을 회복했다. 가벼운 넋두리와 가벼운 위로가 오가면서 상처나 감정의 부침을 더 빨리 극복해 낸 셈이다.

    온라인에서 관계는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만 머물러야 하는가? 란 의문이 들었다. 내 SNS 친구 중 동갑 장이 영철이는 페친이 일하는 곳에 가서 눕는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저~기 부산에 모여 사는 SNS 친구들은 자주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도 한다. 이런 교류는 인간관계를 더 풍요롭게 하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마저 흐뭇하게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온라인에서도 사람 간 관계를 더 두텁게 하려면 서로 의지를 하고, 신세를 지고, 또 이것을 갚아 주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간혹 페친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참 훈훈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하면서 말이다. 온라인에서의 관계도 이렇게 서로 공을 들이면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이상으로 깊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이 느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나도 그 관계의 깊어짐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알아보고 싶다. 우연히 SNS에서 알게 된 형이 1박 2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온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바쁜 와중에 비행기 표까지 끊어서 베이징에 오는 것이다. 이런 그의 노력에 인간관계 덕후인 내가 그냥 말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해보고 싶다. 멀리서 친구가 오는 데 이 얼마나 기쁜가. 더구나 여기는 외로움이 북극의 빙하와 같은 외국 아닌가.

    형. 어서와. 인간 온수매트의 따숨을 보여줄게.

#단상 #인간관계 #온오프구별말자 #사람사는거다똑같지 #어서와 #맛난거먹자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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