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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5. 2018

아픔을 호소하는 SNS글을 바라보는 단상

#단상


    25살에 대학교 1학년을 다녔다.
    버블의 광기가 대한민국을 뒤덮던 시기 성장기를 보냈던 우리 세대에겐 흔한 스토리는 아녔다.
    25살에 대학교 1학년을 다녔다.
    자존심 강하던 엄마의 읍소에 대학원을 포기하고, 자기소개서 첫 줄에 적어 넣은 이 한 줄로 기라성 같은 회사에 쉽게 입사했다.
    쪼꼬만한 애가 와서 꼰대 같은 자기들과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었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을 터다.
    25살에 대학교 1학년을 다녔다.
    소리 내 읽어 보면 2초도 안 걸리는 문장인데 쉽게 써지진 않았다.
    씩씩한 척, 괜찮은 척 해보고, 세상을 원망해보고, 자포자기도 해봤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
    이 이치를 알았을 때부터였나 그냥 잘 웃었다. 속이 문드러져도 웃고, 돈에 시달려도 웃었다. 자취방에 혼자 있을 때는 일부러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러니까 좀 나아졌다.
    나 어릴 적 어른들이 흔히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서 돈 걱정이 제일 쉬운 걱정이다. 진짜 없어 보지 않아 그럴 거다.
    SNS는 자랑잔치 한마당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픈 글들도 많더라.
    돈, 가족, 직장, 학교, 진로, 연애, 건강 갖가지 고민이 아우성치는 곳이 페북이더라.
    내 주제에 무슨 멘토가 될 수는 없으니 그저 토닥토닥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응원을 하는 게 전부다.
    버텨라, 때를 기다려라, 묵묵히 정진해라, 노~~오~~력 해라. 좋은 말인데 별로 와 닿지는 않을 거다.
    누구나 아픔은 있고, 안타깝게도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아픔의 역치(이과갬성)는 다르다.
    경우에 따라선 방바닥에 구르는 레고를 밟은 사람이 3개월째 전기세가 밀린 사람보다 더 큰 아픔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힘들어 봐서 아는데' 이런 가카같은 소리가 제일 역정이 나는 말이다.
    그런 말 할 바에는 찾아가서 밥, 술 사줘라. 그것도 부담스러워 하면 선물을 보내주자. 그리고 밥 사줄 때 어쭙잖은 충고도 하지 마라. 뭘 해야는 지는 자기가 제일 잘 알겠지.
    아프니까 청춘도 아니고, 아프니까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아프면 졸라 아픈 거다.
    아픈 사람들도 버텨라, 참아라, 노력해라 이런 말 들을 필요 없다.
    나처럼 웃던지, 아니면 엉엉 울어버려라.
    그런 다음 마음이 좀 추슬러지면 옆을 봐라. 가족이 있다. 남만도 못한 가족이면 친구도 있다. 친구도 없으면 종교가 있다. 종교도 없으면 페북이 있다. 끌어안고 낑낑대는 거보다 '나 아프다'하고 말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좋다.
    곧통을 대하는 자세는 긍정적이어도 좋고, 비관적이어도 좋다. 둘 다 곧통을 대하는 훌륭한 자세니까. 이겨 내려 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그럼 어떻게든 지나간다. 까짓거 죽기밖에 더하겠나.
    그럴싸한 글인데 온수 매트에 누워서 쓴다. 깊이 새길 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맛난 거 많이 먹어라. 냠냠.
    베이징의 새벽은 몹시 위험하다. 이런 병맛 같은 글이 잘도 써지니까.(웃으면서 출근해야지 하하하하)

#단상 #곧통 #웃어 #울던지 #아님먹어 #따순세상 #세상따숩다 #너말고온수매트

++맛난거 사주세요. 아포요.
++그러고보니 엄마가 날 살렸어 #노대학원노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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