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방송작가의 다큐 제작기 # 프롤로그
첫 방송을 끝내고 났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얼떨떨하고 믿어지지 않으면서 좀 허무하기도 한
복잡 미묘한 기분.
방송이 끝날 때 올라가는 제작진 이름은 항상 너무 빨리 지나갔고,
미처 감동을 느낄 새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방송일을 하는 동안은 항상 그랬던 것 같다.
항상 다음을 생각하며 내달리는 느낌.
너무나 빨리, 모든 일들이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았고
내가 지금 방송을 만들고 있는건지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의 방송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국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도 이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찍어도 다큐가 되겠어”
뒤늦게 쓰게 된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나의 다큐멘터리 일지도 모른다.
잘 짜인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날 것 그대로가 담긴 촬영본처럼.
오로지 내 시선으로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