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일을 하려다 다른 일을 먼저 하느라 한동안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
내 일보다 다른 일이 중요할 때, 특히나 내 일이란 것이 회사일 또는 가게일과 같은 생업이 아닐 경우 더욱 그렇다.
당연하게도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것은 후순위가 되기 마련이다.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던 어느 날 생각해 보았다.
생업이 당장 열매를 주는 제철 과실수라면, 언젠가 꽃 피우길 바라며 이제 막 씨앗을 뿌리는 나의 일은 무엇일까? 아직 열매가 없다고, 언제 열매를 맺을지 모른다고, 내년으로 다음으로 미뤄버리기엔 '그 끝은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소심한 반항으로 나만의 작은 텃밭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서툰 농사꾼인 지라 제 철을 모르고 심어 열매는 커녕 싹도 안 날 수 있고,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썩거나 반대로 적게 주어 말라죽을지라도 언젠가 필 한 송이 꽃을 위해 그리고 이후에 맺힐 열매를 위하여.
나의 작지만 소중한 텃밭을 미루지 않고 매일 들여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