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건 파트너를 만나건 어딘가/누군가에게 정착하고 깊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우리는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동물이었던 인간이 식물처럼 한 곳에 머물게 되는 순간이다. 자발적으로.
그렇게 뿌리를 내린 식물에겐 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경을 써도 잎이나 가지가 상할 때가 있다.
병해를 입었을 수도, 온도나 습도 등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나마 이런 것들은 자주 들여다보면 빨리 발견되고, 복원도 가능하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썩은' 경우이다.
이럴 땐 식물도 누런 잎, 시들한 가지로 사인을 보내지만.. 물 좀 더 준다고, 창가에 둔다고 살아나지 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뿌리가 썩은 식물을 살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너무 늦지 않게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다른 화분(흙)에 옮겨 주고 정성을 들여 살펴야 한단다.
내 반려 식물(배우자 또는 파트너 등)의 뿌리는 어떠한가?
열심히 기분을 살피고,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지만 결국 손봐야 하는 것은 뿌리가 아닐까?
상대가 늘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기는 마음, 상대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불신 등등..
들여다보고 살펴야 하는 것은 드러난 표정과 말투가 아니라 오랜 경험과 어긋난 소통이 만들어낸 '썩은 뿌리'가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썩은 뿌리의 식물은 제 힘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곁에 있는 사람이 너무 늦지 않게 알아채 과감히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흙도 갈아주어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높은 수준의 관심과 정성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