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현주 Feb 09. 2024

예민한 성향이라 좋은 점과 불편한 점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내가 예민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고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내 주위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고, 더 이상 나를 알아가는 일을 미뤄둘 수가 없었다. “내가 제대로 알아주지 못했던 나 자신”이 더 이상 이렇게 못살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예민한 성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것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르시시스트를 만난 것을 계기로 알게 된 성향이라서 처음에는 예민해서 불편한 점, 피곤한, 주의해야 할 점에 더 주목했다. 그렇지만 상처에서 회복되면 될 수록 예민해서 가지는 장점에 더 주목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피곤한 점이 되기 쉬운 것이 바로 ”높은 공감 능력, 감정 이입 습관”이다. 초민감자와 혼용해서 쓰기도 하는 엠패스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가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다. 섬세하고 배려심이 높으며 연민 의식을 잘 느끼지만,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주위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이 아닌데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껴져서 항시 피곤할 때가 많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힘 빠지고 어려운 일들이 많기 마련이다. 자기 인생만으로도 피곤한데 주위 사람, 혹은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의 고통까지 자신의 것처럼 느껴진다면 내면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체크하며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두번째로 예민한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여러 자극에 밀도 높게 영향을 받는다. 시각적이고 음향적인 것, 먹는 것이나 마시는 것 등 주위 여러 자극들에 대한 반응성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다. 예컨대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드라마나 영화를 못보기도 하고, 과도한 빛에 노출되는 것도 피로함과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소리들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높은 공감 능력 만큼이나 높은 자극 민감성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지금껏 왜 그렇게 쉽게 피로하다고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특히 불면증을 경험하며 먹고 마시는 것, 특히 카페인이나 알코올 등의 물질들을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각성시키는 음료들이 교감 신경을 자극시키고 자율 신경 균형을 깨뜨리는데,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남들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예민하고 공감 능력 높은 사람들은 남들도 자신처럼 선한 의도를 가지고 남들에게 공감하고 또한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이 특히 관계에 있어서 피로감을 일으키거나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나르시시스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나쁘고 신뢰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인지를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차차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실망하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바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남들이 자신과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그렇기에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예민한 사람들은 막연하게 남들도 자신처럼 감정 이입을 잘 하고 신뢰할 만한 행동을 할 것을 기대하다가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들을 맞닥뜨리면서 “멘붕”을 겪는다. 그래서 남들에게 적당한 기대와 신뢰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이들에겐 일종의 과제이다.


예민한 사람이어서 이렇게 피곤하고 불편한 점들도 많지만 잘 살펴보면 좋은 점들도 많다. 먼저 예민한 사람들은 건강에 안좋은 것을 남들보다 예민하게 포착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음식이 신선하지 않다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을 때 속이 안좋다거나 두통을 느끼거나 하면서 불편감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남들보다 예민해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런 반응들을 잘 살피고 관리하면 남들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


두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바로 높은 공감 능력, 감정 이입 능력이다. 예민한 이들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 오는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심지어 다른 이들의 몸과 마음에 가는 자극들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끼고 반응한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파악하기에 잘 트레이닝만 된다면 소통과 치유, 이해와 창작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남들보다 느끼는 감정의 결이 섬세하고 깊이가 있어서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정직하고 거짓말을 잘 못하고, 선한 의도로 살아가기에 이들을 오래 알고 지내 온 사람들은 이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신뢰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예민한 이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가끔 나르시시스트의 타겟이 되어 가스라이팅 당하면 보다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만큼 노력하며 사는 삶이 통째로 부정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민한 이들의 자기 신뢰는 결국에는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힘이 되어준다.






이전 05화 불면증으로 알게 된 자율 신경 불균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