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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an 12. 2021

나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I like warm hugs!”

‘겨울 왕국 2’ 천진난만한 캐릭터 올라프가 했던 말이다. 단순하지만 참 따뜻하고 귀여운 말이다. ‘나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해!’ 이 짧은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는 종종 당연하고 가까운 단어라서 뜻을 설명하려고 하면 막상 어려운 그런 단어들의 뜻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포옹’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끼리 품에 껴안음 또는 남을 아량으로 너그럽게 품어 줌’. 서로가 서로를 품에 껴안는 행위, 그리고 그렇게 포옹하듯 마음으로 품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포옹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거의 10년쯤 되었을까? 길거리 한복판에 ‘FREE HUGS(프리허그)’라고 크게 적힌 피켓을 들고 있으면 지나가던 누군가가 다가가서 안긴다. 외국에서 캠페인처럼 번졌던 프리허그는 나도 오래전 명동 길거리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포옹이 필요한 쪽이 누구든 간에 사람들은 그렇게 길거리에서 안아주기를 바라고 안기길 바랐다.


또 한 가지, 뉴스에 나왔던 영상 중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에서 난동 부리는 취객을 진압하는 장면이었다. 취객은 단단히 화가 나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경찰들은 그를 붙잡고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난동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취객에게 다가가 그를 가만히 안았다. 이내 취객의 목소리는 울먹거림으로 변했고 금방 잠잠해졌다. 누군가 술김에 내뿜던 분노는 경찰들의 저지가 아닌 포옹으로 사그라들었다. 이렇듯 포옹에는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포옹은 프리허그 피켓을 들던 사람과 취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포옹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시 올라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올라프가 좋아한다던 포옹은 좋고 선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사람인 자신을 녹여서 사라지게 만드는 위험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내 안에 품는 사랑은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더라도 누군가를 내 품에 껴안아 사랑하려고 할 때, 내 몸이 녹아버리는 듯한 희생은 감수하기 쉽지 않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하는 상대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포옹이 아닌 말로만 사랑을 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은 과감히 이 따뜻한 포옹에 뛰어들자. 때로는 나를 아프게 만들고 힘들게 할지도 모르는 상대를 향해서 두 팔을 벌려보자. 물론 나의 온기가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동시에 나는 녹아버려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 희생은 분명히 또 다른 포옹이 전해지도록 해줄 것이다. 천진난만한 눈사람 올라프가 자신을 녹여버릴지 모르는 따뜻한 포옹과 그 온기를 좋아했듯이, 우리도 사랑을 행하는 자로 기꺼이 다가가 꽉 끌어안아줬으면 좋겠다. 따뜻한 포옹, 그 사랑의 힘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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