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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ul 07. 2022

두발 자전거를 타는 법

내 기억 속 아빠의 모습은 많이 남아 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억나는 한 장면은 아마도 8살, 네발 자전거만 타던 내가 두발 자전거를 타겠다고 놀이터 앞에 나와 아빠와 연습하던 때였다. 갑자기 마구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타려니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핸들을 잡은 내 손도 함께 휘청거렸고 페달 위에 놓인 발은 머뭇거렸다. 맨 처음 페달을 굴리며 나아갈 때는 아빠가 뒤쪽 손잡이를 잡고 밀어주며 함께 달렸다. 그러다 중간에 슬며시 놓으면 금세 불안해진 나는 얼마 못 가 발을 땅에 딛고 세워야만 했다. 그때 아빠가 내게 했던 말.


“무서워도 겁나도 일단 페달을 계속 굴려봐.”


정말 아빠 말대로 했더니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다. 두발 자전거의 균형을 잡는 기술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다. 넘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멈칫거리는 발 때문이었다. 발을 페달에 올려 두고서 계속 힘을 주어 내디디니 자전거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가끔 흔들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두발 자전거를 배웠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어린 시절을, 특히 어떤 장면을 생생하게는 더욱이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빠가 나에게 두발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던 그날은 그려진다.


대단한 방법이 아니라 발을 계속 구르는 . 인생도 결국 비슷하다. 살다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나 싶은 허망한 슬픔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보다  좋을  을 것 같은 기쁜 날도 온다. 우리는  이번 생이 처음이라 항상 서툴고 자꾸만 균형을 잃는다. 어쩌면 비틀거리는 우리의 모습은 당연할지도 모른. 오늘 내가 흔들리더라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꾸준히 나아간다면 결국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다만 멈추지 말고, 오늘은 오늘의 페달을 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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