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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an 29. 2022

괜찮아, 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완전한 우리

흔히들 완벽주의라고 말한다. 나는 모자라고 미성숙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계속 나아지고 싶었다. 이번엔 나에 대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노력하고 훈련하면 나중엔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이번엔 이런 문제로 다투게 됐지만 앞으로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할 거야.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나이를 먹어갈수록 분명 성숙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제 막 서른이 된 나에게 이십 대 초반과 후반 중 어떤 모습이 더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단연 후반의 나다. 이십 대 초반에 나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너무 몰랐고 모를 수밖에 없던 내 모습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그런 사람이길 원했다.


그래서 나에겐 항상 그 당시의 키워드가 있었다. 키워드는 매번 불규칙한 텀으로 변하며 흘러가곤 했지만 대략 나에게 잘 안 되는 것들. 예를 들면 ‘기다림’, ‘받고 싶은 대로 먼저 주기’, ‘기대 내려놓기’. 나는 내가 항상 다 깨지 못한 퀘스트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느낌이었다. 매번 숙제가 끝나지 않는 느낌. 하지만 부지런히 애쓰는 나 자신을 기특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새해가 밝은 뒤 1월 1일부터 나는 남자 친구와 전에 없던 잦은 갈등을 겪었다. 시작은 사소한 일이었지만 서로의 예민함으로 넘어갈 듯 넘어가지 못할 듯 마음의 불편함과 불안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이어졌다. 마침내 감정의 폭풍이 지나가고 마구 엉켜있던 매듭도 하나하나 다 풀어냈다. 그러면서 얻은 관계에서의 인사이트는 나에게 또다시 키워드를 던져주었고 나는 이전보다 한 번 더 힘을 주게 되었다. ‘상대에게 이런 말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걸 기억해야지.’, ‘나는 이런 걸 고쳐야 해.’ 물론 이런 반성과 돌아봄은 관계를 더 좋게 가꾸어나가기 위한 걸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길고 깊게 이어졌던 만큼 나는 다시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지침을 건네고 있었다. 누구 하나 그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들여다보고 되새기고 곱씹으며 새로운 리스트가 머릿속과 마음에 가득 들어찼다.


그때, 마치 누군가 나에게 힘 좀 빼라는 듯 ‘똑똑’ 새로운 생각이 나를 두드렸다. 내 열심과 욕심에 잊고 있었던 사실. 결국 아무도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것. 나는 내가 노력하면 어떤 이상적인 모습에 닿을 수 있을 거라 자연스레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리는 모두 부족하다. 창조주가 우리를 지으실 때 보기에 좋았더라 하시며 만족하셨다. 비록 지금 내 모습이 (아마도 영원히) 마음에 흡족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그대로 완전하게 지어졌다. 완전한 존재가 만든 사랑으로 빚은 우리는 이미 완벽했다. 결함이 있고 끝없이 미성숙한 그 모습 그대로 완전했다. 다시 말해, 내가 바라던 완성의 모습은 어쩌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괜찮다. 다 괜찮다. 힘주었던 마음들을 긴 숨과 함께 풀어주자. 스스로를 이상적인 모습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채찍질하는 욕심, 상대에게 끝없이 바라게 되는 기대들. 이 모든 것은 점점 내려놓을수록 가볍고 자유로워진다. 나도, 그리고 너도 그렇다. 아무도 완벽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아니, 완벽하지 않아서 우리는 완전하다.




완벽하다;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

완전하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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