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을 정직함이라 했다. 거짓말을 치지 않으며 자랐던 건 어렸을 적 아빠에게 한 번 혼이 났을 때부터였다. 아빠의 서재에 있는 동전통에서 동전을 훔쳤던 것 같다. 아빠는 어째서인지 바로 알아챘고 나는 어버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배웠고 사실 거짓말을 할 일도 없었다. 엄마 아빠는 나를 그대로 믿어줬고 나는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 물론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을 만큼 약지도 못하기도 했다.
나는 서른이 다 된 지금까지도 평생을 키운 엄마에게 정직하다는 칭찬과 자랑을 듣는다. 그리고 그런 나는 투명한 사람에게 끌렸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구나, 앞에선 웃지만 뒤에선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닐 수 있구나를 처음 배웠고 조금씩 나를 적절히 드러내지 않는 법도 배웠다. 왜냐하면 그대로 다 알려주면 미움받기 쉬우니까.
그래도 결국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내게 아주 가까이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맑고 투명한 이들이다. 친구도, 동생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도 이제는 투명한 사람만 눈에 채인다. 거짓말을 하고 말고는 뒤로 하고서라도 자기 자신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들. 그것이 배려 없음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투명해서 저절로 비치는 사람들. 그 아름다움과 예쁨이 내 눈에 너무나도 반짝거린다. 조금 오버를 더 하면 그런 반짝이는 모습을 볼 때 가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맑고 투명하고 정직한 이들만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서둘러 구별해내지도 못할 것이다. 거짓말이고 보이스피싱이고 충분히 당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이기에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투명해서 말투 하나에 문장 하나에 표정 하나에 그 속이 빤히 드러나는 사람이 좋다.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계산 없이 사람을 대하고 대담하게 약점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너무나도 좋다. 순진한 사람들. 이들 곁에 내가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다. 그렇게 순진해도 된다고, 맑은 그대로 남아있어도 된다고 옆에서 그저 예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