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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an 22. 2022

생일 축하에 담긴 나만의 진심

당신이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일이 아닌 걸 축하!”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앨리스는 어딘가 엉뚱한 괴짜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엘리스에게 다짜고짜 오늘이 생일이 아니지 않냐면서 시끌벅적하게 축하를 전한다. “생일이 아닌 걸 축하!”라는 엉뚱한 말에 멜로디가 얹어져 축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즐거운 장면은 아마도 생일이 일 년에 한 번만 찾아오는 특별한 날이기에, 그만큼 매일매일이 생일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나는 그 멜로디가 귓가에 즐겁게 맴돈다.


생일은 우리 모두가 가진 특별한 하루다. 하지만 괜히 생일을 축하받을 때면 어쩐지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 큰 성인에게 생일 축하란 기분 좋으면서도 꽤 쑥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매년, 다소 뻔하고 당연하게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받는다. 어쩐지 일 년에 딱 하루만큼은 한 사람을 위한 날 같아서. 일 년에 단 하루만은 자신이 주인공이어도 괜찮은 날이기에 되도록 생일은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는 편이다. 정신없이 살다가도 익숙한 날짜가 다가오면 마치 그 사람을 기억하는 하나의 기점처럼 연락을 하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당연하게 축하하고 축하받는 그날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냥 ‘생일이니까’ 축하를 전한다는 게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만의 의미를 담아 축하를 전하고 싶었던 나는 생일을 축하하는 일에는 어떤 진심이 담겨야 알맞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의미를 찾았다.


내가 누군가의 생일마다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사실 이랬다. 당신이 지금까지 잘 자라줘서 참 고맙다는 마음, 그리고 수고했다고 위로하는 마음. 당신이 생일이라고 불리는 과거의 그날에 태어나 몇 번의 생일을 보낼 동안, 그는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며 즐거웠고 철없었고 때로는 슬펐고 아팠을 테다. 그러다 당신의 인생에 내가 등장했고 그 기점을 돌 때마다 함께 그날을 이렇게 축하하고 있는 것이라 느껴졌다. 태어나줘서 고맙고, 지금까지 잘 자라줘서 고맙고, 여전히 내 곁에 있어줘서 기쁘다는 마음. 생일을 기점으로 다시 우리의 만남을 되돌아보면서 고마운 마음이 새삼스레 쌓여갔다.


특히나 연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멋있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오늘까지 내 옆에 있어줘서 내가 참 기쁘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몇 번의 생일을 함께 지나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렇게 생일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한 해 잘 살아냈다고, 당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나만의 격려를 전하고 싶었다. 이렇게 내게 누군가의 생일은 어쩐지 찡하고 대견스러운 날이었다.


덧붙여, 요즘은 축하와 선물을 전하기에 참 편한 시대다. 이제는 다이어리에 ‘OO생일’이라고 적어두지 않아도 생일이 가까워진 친구를 알려주는 알림이 알아서 온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쉽게 축하를 전할 수 있고, 심지어는 선물을 집으로 보낼 수도 있다. 선물과 축하가 아무리 쉬워졌다지만 그 마음만은 여전히 진하고 묵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손편지에 적어 내려 간 마음은 더 고맙고 귀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제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게 된다면, 자신만의 글씨체로 특별한 마음을 담아보면 어떨까. 익숙하고 당연했던 생일 축하가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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