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인의 이야기

내가 쓴 시

by 랑랑

아빠랑 함께하는 저녁
무심히 틀어놓은 티비에서
할머니가 자작시를 낭독하신다
밥 짓다가 할아버지랑 싸워 속상하지만 그래도 밥 맛 나게 먹자는 시
좋은데 정말 괜찮은데
티비 속 청중들이 키득거렸다
리포터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충실한 수저질의 아빠 표정은 봐도 모르겠어서
내 눈은 길을 잃었다
이 정적을 깨고
니 시는 어떠냐 먹고살만하냐 물을까 봐
무심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밥알을 뜬 젓가락을 빨아 우물우물 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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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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