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바다에 빠져든 것만 같다.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풍광을 즐기며 유유히 걷는다. 분명히 바닷속에 있지만 호흡이 더 고르다.
요즈음 출퇴근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매일 글을 쓰게 되니 좋은 게 찰나의 순간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글로 나타내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 새벽에 동이 트는 모습, 해 질 녘의 모습, 밤에 고기잡이 어선의 불빛들.
장면 하나하나에 감정이 들어가고 생각이 들어간다. 다만 정말 부족한 게 있다면 이것들을 표현하기에 마땅한 어휘다. 감성은 이만큼 커다란데 글로 표현하려 하면 뭔가 작아지는 듯싶다.
그래서 글쓰기에 필요한 근육을 키워야 하는가 보다. 꾸준한 운동이 몸의 근육을 만들고, 매일같이 쓴 글들이 모여 글쓰기의 근육을 만든다. 뇌의 신경회로 또한 저절로 글쓰기를 향하게 되리라.
내가 보고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요즘처럼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의무로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하고 싶어서 자꾸만 시간을 스스로 낸다.
아이들이 빨리 잠에 들면 바로 노트북을 켠다. 오늘 보고 생각했던 일을 기록한 메모장을 보며 떠올리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나로 향하는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 하지만 나는 순간을 그대로 응시하고 머릿속에 각인시켜 나중에 글로 찍는다.
순간에 집중하여 만끽하며 즐기고, 글로 기록하며 회상한다.
글쓰기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다. 다만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글에 녹여내고 싶은 욕망은 가득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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