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차 안이다. 초록불이 되어도 앞 차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경적 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마침 뒤에 기다리는 차도 없고 해서, 옆 차선으로 살짝 옮긴다.
옆을 지나가며 살짝 운전자를 보니 그제야 지나가는 내 차가 시야에 들어왔는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다. 한 손은 운전대, 그리고 다른 한 손은 핸드폰에 두고서.
나도 그랬다. 잠깐의 기다림과 지루함을 참지 못해 핸드폰으로 손이 갔다. 액정화면을 내려다보고 신호등을 다시 올려다 보고를 반복했다. 심지어 운행 중에도 핸드폰에 자꾸만 눈이 갔다.
타인에게 혼잣말로 비난을 가하려는 순간 그와 똑같은 내 모습이 고대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운전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자 운전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는 바람에 나 스스로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두 손으로 겨우 부여잡던 운전대를 한 손으로만 가볍게 잡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그 운전대를 움켜 잡지 않은 채 가벼이 여겼다.
사고는 정말 한 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 줄곧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출퇴근길 도로 위에서 온갖 사고를 목격하면서 생각이 바뀌었고, 요즘은 운전대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운전대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정면을 주시한다.
핸드폰은 조수석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던져 놓는다. 신호가 걸려 대기를 할 때엔 자꾸만 시선이 핸드폰으로 간다. 손을 뻗고만 싶지만 꾹 참아 본다.
그 잠깐 대기시간의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창 밖에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정류장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하는 사람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하는 사람들, 버스 창가에 승객들이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 하는 모습들.
단지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았을 뿐인데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뭔가 엄청 중요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다시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 운전대를 부여잡고 출발한다. 운전하는 자세부터가 예전과는 달라짐을 느낀다. 뭔가 운전을 하는 일을 스스로 진지하게 바라본다.
늘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운전이 의식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운전을 하고 있구나. 내가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을 하게 됐다.
운전대를 부여잡은 두 손의 감각, 앞 유리에 펼쳐지는 장면들을 담아두려는 두 눈의 시선. 몸의 부분들이 오로지 운전을 위한 운전모드로 바뀌는 것만 같았다.
찰나의 지루함과 충동을 견뎌내고 몰입을 하는 순간을 겪었다. 모든 몸의 감각들이 살아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손을 운전대에 올려놓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