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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산타 Nov 12. 2024

불안이 나를 삼키려 할 때

아침 출근길에 평상시와는 달리 차가 막혀 있다. 고개를 내밀어 멀리 보니 앞선 수십대의 차들이 옆 차선으로 옮기려 깜빡이를 킨 채로 대기하고 있다.



가벼운 추돌 사고 하나가 있었다. 그냥 옆으로 지나가던 찰나 밖으로 운전자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티격태격한다. 서로 삿대질을 하며 네가 잘못했네, 네가 잘못했네. 책임 전가를 위한 아무 의미 없는 고성서로 오간다.



다투는 당사자들은 행여나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도로를 진흙탕을 만들어 버리고, 그 바람에 출근을 제시간에 못할까 봐 동동 거리는 사람들은 불안이 증폭되어 그 순간은 지옥이 된다.



일상이 지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불안이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면 사람들은 순간 이성을 잃는다. 이성을 잃게 되면 불안에 그대로 잠식되어 노예가 되어 버린다. 불안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나오는 정진수는 새진리회의 1대 교주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시연을 받고 부활한 이후부터 거울에 비치는 '사자'의 모습에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불안한 마음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고, 거울은 불안한 마음을 무시무시한 사자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정진수는 사자에게 쫓기고 불안에 쫓김을 당하다 결국 불안에 잠식당하여 사자가 되어 버린다.



우리는 매일 어느 정도의 불안에 쫓긴다. 출근 시간보다 늦게 사무실에 도착할까 봐 생기는 불안, 이렇게 보고하면 상사가 뭐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게 맞는 걸까 걱정에서 생기는 불안.



사실 적정한 불안은 우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할 수 있게끔 촉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큰 불안은 불안을 유발한 일을 확대하여 크게 생각하게 만들어 버리고 사람들을 그 안에 가둔다.



나는 이를 자주 목격한다. 나 자신에게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우리는 종종 부담되는 어떤 것들을 피하려 한다. 도로에서 다투던 사람들도 책임을 떠넘기며 회피하려 했고, 정진수 또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도피하려 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그의 저서 <아들러의 인간이해>에서 '사람이 한번 인생의 역경에서 도피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한 사고는 불안이 가중될수록 강화되어 확실해진다.'라고 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도망치면 칠수록 우리 자신은 점차 작아지고 불안은 돌이킬 수 없이 점점 커져 우리의 뇌를 집어삼켜 버린다.



불안이 우리를 가두어 놓으려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불안을 맞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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