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퇴사 플랜
남편은 9월 말까지 일하고 퇴사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다시 생각해보라며 반려처리가 됐다고 했다.
지난 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마음 약한 남편이 퇴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됐다.
이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무 건정성도 떨어져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남편은 그럼에도 회사가 어렵더라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불과 6개월전, 그러나 제 3자인 입장에서 보자면 글쎄...? 하는 회사였다.
첫째, 리더쉽의 의사소통 체계가 이원화 되어 있어 본부장에게는 A로 대표이사에게 B로 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너는 내가 A라고 했는데 왜 B라고 말해?
B에게는 내가 B라고 했는데 왜 A라고 해 이런 식의 질타를 받아야했다.
업무 보고 체계가 두 라인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둘째, 교육업이었는데 매년 정원수가 줄어들고 있었고
앞으로 10년후... 미래도 남아있을 회사일까 생각해보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셋째, 남편은 지금이 이직 적령기였다. 40 넘어서도 이직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직하는 게 일을 익히는 것도
회사 분위기를 익히고 적응하는 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더 늦어지면 적응 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므로
이 말은 곧 이직하면서 연봉을 점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편의 의사가 제일 중요했다. 내가 아니라고 해서 남편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보장은 없었으므로
남편은 이번에는 정말 퇴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리더쉽의 급진적인 개혁,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났다 오갔다해서 심장이 쫄깃하다고 했다.
그리고 재무 건정성도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리더쉽의 급진적인 개혁으로 회사 분위기도 냉랭하다고 했다. 리더쉽의 플랜에 나는 없다며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고.
남편은 결국 그 다음주 대표이사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했고 사직서가 수리됐다고 했다.
남편도 그랬겠지만 나도 만감이 교차했다.
7~8년 동안 남편이 일했던 회사. 이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남편으로서는 업무적으로 세무 조사나 회계 감사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얻기도 했다.
남편이 성실하게 일했던 덕분에 내가 출산휴가,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이제는 함께 갈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느낌은 남편도 느끼는 것 같았다.
© cytonn_photography, 출처 Unsplash
그렇게 남편은 9월 말까지 일하고 퇴사했다.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1. 남편은 7일간 여행에 다녀온다. (혼자)
2. 남편이 여행에 간 기간동안 시어머님이 아이들을 백업한다.
3. 남편이 입국하고 나서 둘째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함께한다.
4. 그 기간 동안 남편은 구직활동을 한다. (이력서, 면접 등등)
5. 내 이름으로 신용대출을 받는다. (그러면 남편이 급하게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되니까)
6. 올해 안에 집을 매도한다.
7. 그 매도 차익으로 신용 대출을 전액 상환한다.
8. 가족여행을 다녀온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들에 대해 남편에게 말했고, (물론 여행 계획은 남편이 스스로 생각했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최대한 빨리 취업하겠다면서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한 달 두 달의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될지,
서로에게, 그리고 아이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지 너무너무 기대됐다.
보통 퇴사하면 당장 이 달 나갈 대출과 생활비는 어떡하지? 걱정할텐데 플랜이 있으니까 괜찮아.
플랜대로 안 될수도 있지만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하자 싶었다. (나도 물론 걱정은 한다.)
그치만 8년 만의 남편 휴가에 내가 더 설레는 아줌마였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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