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취업 뽀개기 뒤에는 누가 있었다

by 유의미

점심시간이었다. 발신자는 남편이었다. 짧게 통화해야지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점심 먹었어? "


" 응. 오빠는? "


" 나도 집에서 먹었어. "


" 왜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 먹지. "


" 집에 먹을 거 많은데 뭐. 아 나 있잖아. 내일 면접 안보려고. "


" 왜? 혹시 다른데 붙었어? "


" 응. 어제 봤던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나 차사줘. "


" 와. 잘됐다. 차는 생각 해볼게. 회사가 어딘데? "


" OO 이야. "


" 와 가깝네. 거기가 2호선인가? "


" 아니. 7호선이야. "


" 7호선이면 더 가깝잖아. 차 안사도 되겠네. 아 근데. 자기야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 이따 집에서 마저 이야기해. "


" 응. "






나는 남편의 취업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꽤 오랜 기간동안 말이다. 이번주 일요일 성경을 읽는데, 52일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나는 성경을 읽으면서 남편이 이번주나 다음주 주중에 취업하겠다는 약간의 느낌이 들었다. 남편이 퇴사한 지 거의 52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종종 이야기했다. 이번주나 다음주 정도에 취업할 것 같다고 말이다. 아무튼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느혜미야에 있는 말씀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로 가있는 동안 무너졌던 성벽을 52일이라는 기간만에 재건한다. 물론 그 성벽 재건을 방해하는 무리, 적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성벽짓기도 빡센데, 적군들이 성벽을 무너뜨릴까봐 전투태세를 동시에같이 준비해야했다. 잠을 돌아가면서 자고 밥도 돌아가면서 먹었을 것이다. 그 때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요르단에 단기 선교를 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성경에 나오는 유적지가 많은 곳이고 이스라엘 국경과도 차로 1시간 거리내라 성지순례로 많이 오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실제로 성경에 나오는 모압 광야라거나 모세가 출애굽할 때 나왔던 파리떼 재앙이 정말 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것을 체감했다. 그 예로 요르단 파리떼를 밥먹을 때마다 구경할 수 있었다. 먹을 것에 파리가 들어갈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먹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이야기는 뒤로 하고 지난주 일요일에 읽은 느혜미야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방해하는 도비야와 산발랏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느혜미야에게 거짓으로 속여서 성벽 재건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느혜미야와 이스라엘 사람들을 조롱하고 비방한다. 그 때 느혜미야는 하나님에게 기도하는데 마침 내가 갔던 요르단에 도비야와 산발랏의 성이 있었다. 나는 전날 양갈비를 맛있게 먹고 뭔가 속이 안받았는지 계속 구토 설사를 했다. 차로 이동중 조금 괜찮아져서 요르단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기분좋게 가는데 갑자기 위 아래로 쏟을 것 같았다.




그 때 차에서 잠깐 세운 곳이 도비야와 산발랏 성이 있던 자리(터)라고나 할까. 결국 나는 거기서 양팔로 팀원들의 부축을 받고 응가를 실컷했다. (거짓말 안하고 팬티 내릴 힘, 응가를 닦을 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탈수가 온 것 같다.) 지나가던 베두인이 이런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요르단 민간요법 차를 끓여주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어떤 상비약을 먹어도 듣지 않았는데 거짓말처럼 요르단 민간요법 차를 마시고 괜찮아졌다. 그 당시에는 얼굴이 새하얘져서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살아서 한국으로 귀국했고, 교회에서 만난 남편과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 (ㅋㅋㅋ)




갑자기 이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나에게는 성경이 글자 그대로의 말이 아닌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반면에 당장 다음달 주머니 사정이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만약 남편이 이번달에도 취업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까? 취업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기도했다. 내가 생각하는 집팔기나 남편의 취업도 아니라면 하나님께서 책임져달라고 말이다. 마침 신기하게도 남편이 들어간 회사가.. 신우회가 있는 회사였다. 그 날 갑자기 없던 믿음이 생겨서 엘리야의 하나님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너무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 나를 의지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그것이 금전적인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도와줄 마음이 있다.

약간 현재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는 않을까 생각하니 조금더 그날의 예배가 다가왔고 느혜미야 말씀이 새롭게 읽혔다. 늘 읽던, (정정하겠다 늘 읽지는 않았던 성경책)이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더 좋은 것, 더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편에게는 너무 축하한다고 그동안 마음 고생 심했는데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남편은 나에게 이 회사의 재무제표(?), 재정상황이 어떻고 직원수는 몇명이며,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말했다. 3~4년뒤 코스닥 상장을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다닌 회사중에 제일 체계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발전소 견학도 간다고. 남편은 내가 말한 52일이 맞는 것다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인정했다.




아마도 남편은 당분간 적응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올지도 모르고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아이들과 울고 웃고 싸우고 독박육아를 하겠지만 내 남자가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하러 간다는데 도와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남편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며 물어봤다. 취업 뽀개기 축하 파티라도 하자고 했다. 그런데 나의 컨디션 난조로 혼자 육회를 시켜서 드셨다고 했다. 그럼에도 취업 뽀개기 축하 파티 시즌2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남편은 너가 더 고생했지 라며 나를 안아줬다. 이렇게 살다보면 서로 더 단단해지는 거겠지 싶었다.




퇴사한 남편과 살아가는 법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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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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