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한 지 이제 2달이 넘었을 뿐인데, 가계부가휘청한다. 잔고가 보이고 이럴 때 나는 어떻게 남편에게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판다고 해도 이 구멍(돈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남편에게는 연말까지 팔아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나도 입 밖으로 말하기까지는 어려운 사람이다.
최근 나는 병원에서 인증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제로 내가 하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인증단 선수(?)로 뽑혀서 강제 암기해야 하는 상황. 글쓰는 것, 책에서 얻는 지식 외에 이런 것들이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집중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밥줄이니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겠지. 그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낮이 짧아지면서 수면 시간도 길어졌는데 새벽에 종종 자주 깨어 수면을 깊이 못 잔다.
그러나 모두가 잠든 그 새벽 시간 체온이 떨어져 있는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병원이라는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란 아마도 운전하지 않았다면 더 가기 싫었을 텐데 이럴 때 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아이들, 남편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나선다. 혹시 둘째가 깨기라도 하면 엄마 가지 마하면서 눈물 뿌리며 쫓아올 그 상황이 그려지기에
어쨌든 나는 남편이 졌던 짐까지 경제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다음 달 나갈 대출, 공과금 등을 계산기로 두드려 보고 있었고 남편은 여행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는 일하니까 논외로 하고 자기들끼리 여행에 가자는 등 내가 옆에서 보기에는 헛바람을 괜히 짚어 넣는 것처럼 보였다. 들으면서도 우리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닌데... 굳이 꼭 이야기를 지금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 kate5 oh3, 출처 Unsplash
그러다 보니 식재료를 살 때도 양 많고 가성비 좋은 제품군으로만 담게 되었다. 최근 다이어트를 하는 내 식단은 저당, 저탄수였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쌌는데 이 때도 가성비 있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뒤돌아서면 배고파하는 아이들 간식도 고민이 되었다. 고구마나 수제비를 해줄까 등등 머리에서 참신한 메뉴를 짜내려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아이들은 굶기지 말자며 애들 과일 좀 사줘 등 말했는데 남편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지극히 실용주의적인 나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나는 결핍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남편은 내 새끼 사랑하니까 우리 먹는 건 줄여서라도 애들한테는
최선을 다해주자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 말에 동의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제 너희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주지는 못할 거라고 그렇지만 대체 간식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첫째는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했고 네 살 둘째는 뭐.. 아무 말이 없었다. 계속 그러는 것은 아니고 잠시만 일시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남편이 낭비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이 사람 나름대로 내 눈치를 보고 있었으며 점심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걸로 아침을 먹는다는 말에 마음이 찢어질뻔하다가 다시 붙었다.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을 뿐. 나와 데이트하는 날에만 밖에서 먹는 정도였다. 돈 아끼는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니 왜 이렇게 짠하고 불쌍한지.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의 부모였으니까.
점점 구멍이 보이는 잔고와, 직장에서의 일(인증 준비 등등) 매도해야 하는데 좋지 않은 부동산 상황 등등... 그런데 가끔 여행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슬슬 머리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침 주말 이틀을 쉬는 날이었는데 남편은 낮잠을 잤다. 저녁을 해 먹으려고 보니 거실 바닥에 아이들이 흘린 음식물의 잔해들부터 꽉 차 있는 쓰레기통, 봉지들, 빨래통에 넘치는 빨래를 보고 현타가 왔다.
한숨을 쉬면서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는데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었다.
" 왜 나만 일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불쑥 들어왔다. 나는 남편이 야근하거나 늦게 들어올 때 내가 최대한 집안일을 끝내놓으려고 했었는데 남편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남편은 내가 집에 있으니 내가 더 집안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야 하며 맞섰고 나는 그걸 인정하는 편이 돼버렸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나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다고. 아직도 투닥이는 서른 중반이 들...
남편은 나름대로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영역에 대해 나에게 인정받기를 원했으나 내가 인정해 주기보다는
부족한 부분만 지적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도 듣고 보면 일리가 있었다. 요즘 내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 줄 아냐면서 어쩐지 외식이나 배달 이야기를 덜한 남편이었다. 밖에 나가면 돈 쓰니까 나가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하는 남편을 보니 짠해서 올해를 넘기기 전에 집을 팔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육탄전까지 갈 뻔했으나 화해의 포옹으로 마무리. 왜 싸웠는지 모르겠는데 돈 때문도 있고 서로 너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로서는 대출까지 받아 남편의 이직 기간을 벌어주려고 했는데 점점 보이는 바닥 잔고와 남편의 실없는 농담에 열폭. 거기다 똑같은 집안일 농도까지... 남편은 내가 돈을 안 벌어서 내가 그러나 싶은 그런 거였을 거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함)
결국 결론은 남편의 빠른 재취업과 집은 매도만이 답!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제 글이 도움 되셨다면
재밌게 읽으셨다면
공감하셨다면
라이킷, 구독, 댓글
정주행 해주실 거죠?
구독자님의 라이킷 구독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블로그 링크 참조
공감하는 댓글과 구독 시작을 클릭하세요
저의 다른 콘텐츠가 궁금하시다면 유의미 클릭!
협업 및 제안은 이메일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