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영역
남편이 퇴사한 지 어느덧 1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남편은 여행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둘째를 어린이집에 적응시켰으며
아이들의 병원, 첫째의 상담 및 둘째의 문화센터에 동행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가족여행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느라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 평일의 일상에 남편이 오롯이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남편은 내가 퇴근해서 들어오기 전에 집안일을 해놓으려고 했고 나름 노력한 흔적들은 보였으나
내가 한 것 같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그동안 긴장했던 것들이 풀려서였을까. 주로 자고 아이들을 픽업하고 케어했던 것 같다. 반대로 나는 잠이 별로 없는 편이었어서 그런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잠을 저렇게나 많이 잔다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렇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피로를 푸는 형태였으니 내가 많이 잔다 안 잔다로
뭐라 말할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 없는 영역이라고나 할까.
남편은 1~2일에 1번 새로 밥을 지었고 아이들은 막 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며 그 메뉴를 해주려고 했다.
식사는 주로 내가 준비하는 편이었고 내가 없는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들 밥을 챙겨주었다.
육아와 양육태도의 변화
첫째의 상담을 따라가며 첫째가 둘째에게 느끼는 질투심, 피해의식이 심한 것 같다며
돌아오는 평일에 첫째와 놀이공원에 가겠다고 했다.
나에게도 네가 잘 토닥여주라면서 첫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나는 나대로 두 아이가 모두 잘 때 나에게 와서 힘들다고 남편에게 호소했다.
(나는 만 3년 넘게 두 아이가 모두 나에게 오는 바람에 두 아이를 끼고 자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애착이 커서 그런 것 같다며
특히, 첫째는 우리에게 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나는 공감하면서도 둘째는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남편은 우리도 첫째였으니 첫째의 마음을 잘 알지 않냐면서 조금 더 신경 쓰자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무조건 소리 지르고 화를 낸다거나, 아이들을 때렸다면
지금은 여러 차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본인 피셜로는 회사 다닐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둘째와도 많이 친해졌다. 둘째는 엄마 바라기였는데 이제는 아빠한테도 잘 간다.
씻을 때는 항상 나와 씻으려고 했는데 이제 둘째는 남편이 씻길 때가 더 많아졌다.
퇴근해서 내가 둘째를 데리러 갈 때면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남편도 우리 둘이 있을 때 둘째가 와도 이제는 무조건 화내지만은 않는다.
둘의 신경전이 덜해지니 중간에 끼인 나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다.
경제권 영역
생활비는 나의 급여+대출+퇴직금에서 이루어졌다.
남편은 퇴직금의 반 이상을 나에게 줬고, 그 나머지 돈은 나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아서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 나는 그 와중에 남편이 준 퇴직금의 일부로 소소한 적금을 들었다.
현재 어느 정도 버틸 자금이 되며 우리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든다고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사실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카페 사건> 덕분이었다.
베트남에서 돌아와서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데 아이들과 같이 이비인후과에 갔다.
대기가 많은 곳이라 퇴근 후 혼자 찾아가기로 하고 남편에게 아이들 진료를 보면서 내 이름으로
접수를 부탁했다. 진료가 먼저 끝난 아이들은 남편이 데리고 카페에 가있겠다고 했다.
카페? 진료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집으로 가지 싶었는데 남편은 굳이 나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정말 먼저 집에 가도 괜찮았는데...
정확히 20분 만에 진료가 끝나서 카페에 내려갔고 아이들은 카페 밖으로 연결된 공간에서 뛰어다니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음료수를 시켰는데 한 잔은 반 정도 남긴 상태였다.
남편에게 진료 금방 끝나는데 카페 오는 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한 일인데 내가 지금 일을 안 하고 있어서 내가 그러나?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게 아니고 남편이 일을 하든 하지 않든, 20~30분 있으려고 카페 가는 건 돈이 아깝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상황에 대한 재정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이다.
남편은 머리로는 이해하는듯했다.
우리는 아낄 수 있는 걸 최대로 아끼려고 했다.
당장 나가는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안 쓰는 대기전력을 꺼두었다.
쓰지 않는 플러그를 뽑아두었다.
냉장고 파먹기를 시작했고 미리 차있는 식재료를 소진하고 식재료를 사려고 했다.
거기다 더해서 남편은 식기세척기가 있는데도 수도세와 전기세를 아끼겠다고 손수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어느 날 물었더니 남편왈. 식기세척기로 하면 물량과 전기량이 더 많이 든다고 했다.
많이 든다고 한들..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식기세척기 광고에서는 오히려 손설거지보다 수도와 전기량이 얼마 들지 않는다는 광고를 하고 있기도 했다. 나 역시 그런 상품 안내서를 보고 구매했던 기억이...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니 귀엽고.. 안쓰럽고 짠했다.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있는 것에서 아끼려고 하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남편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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