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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Dec 19. 2023

해독 수프의 최후

나는 수프를 좋아한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이면 유독 스프의 목에 참 감기는 따뜻함을 좋아했다. 

겨울은 수프의 계절. 수프의 계절을 맞이해서 해독스프를 만들어보았다. 해독수프 레시피는 간단하나 쉬운 것은 아니었다.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야채 손질단계를 거쳐야했기 때문이다. 해독스프에 필요한 재료는 버터, 사골육수, 브로콜리, 당근, 우엉, 양파다. 그 중에서 우엉 손질은 어려우므로 과감히 패스. 과연 해독이 될까 싶지만 당근 들어가는 ABC 주스도 있으니까. 당근이 들어가면 해독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우엉을 생략해도 괜찮겠다 마음대로 단정지었다. 어쨌든 이 모든 재료들을 일단 썰은 다음, 버터에 볶는다. 특히 당근은 다른 것보다 딱딱하므로 채썰어서 볶았다. 나는 앵커버터를 사용했다. 성분이 정말 좋은 가성비 버터. 





문제는 이 써는 것 자체도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 칼 좀 썬다하는 주부9단은 문제없지만, 재료 손질 자체만으로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레시피에는 100g 이었다면 나는 3배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재료 손질을 해야만 했다. 사골육수는 비XX 육수를 사용했다. 이유는 후기가 좋았고 가격대비 저렴해서. 아무튼 이렇게 재료손질을 끝내고 버터로 재료가 약간 익을 때까지 볶아준다. 그리고 여기에 사골육수를 조금 넣고 믹서기에 갈아준다. (야채 그냥.. 갈면 잘 안 갈려요)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잘 안 갈리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서 육수 붓고 갈고, 육수 붓고 갈고 이런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근, 브로컬리, 양파, 버터향이 섞인 풍미가 주방에 진동하는데 기분 나쁘지 않은 그런 스프냄새다. 처음에 기버터를 넣으려다가 방탄 커피용으로 샀기 때문에 앵커버터를 넣었다. 이유는 기버터가 더 비싸니까.... 저렇게 한 대접 야채 손질거리가 나온다. 이것 외에도 이 날 저녁을 차리느라 2시간 동안 주방에 자체 감금 되어 있었고, 2시간 동안 차린 저녁을 첫째가 거부하면서 포두부 피자라는 영감의 원천을 얻는다. 해독수프의 최후는 포두부 피자라는 레시피 개발을 이뤄냈던 셈이다. 그렇다면 해독 수프 맛은 어떨까? 생각보다 맛있다. 사골 육수 넣으면 웬만하면 다 맛있어지는 마법이라고나 할까. 거기에 야채와 버터 풍미가 섞인 향이 나니 치명적이다. 





비록 손질하는데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사골육수 1000넣고 야채를 갈으니 양이 거의 1500ml 정도로 불어난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권유하니 첫째, 둘다 거부했고, 남편만이 먹어주었다. 결국 해독 수프는 우리 부부가 독점하는 걸로.  목 메이는 두부면, 닭가슴살을 먹는데 따뜻한 국물이 들어오니 딱이었다. 만들 때는 힘들지만 한꺼번에 이렇게 만들어 놓고 두고두고 먹으면 괜찮은 것 같다. 우리만 독점해서인지 먹어도 먹어도 양이 줄지 않는 마법. 오늘부터 집에 없을 예정이라 남편에게 해독 수프의 안부를 묻고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아직도 1/3은 남은 것 같다. 열심히 해독 수프 먹고 귀신 붙은 몸무게도 내려가길. 해독 스프 덕분인지 움직여지지 않던 뒷자리수가 바뀌기는 했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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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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