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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Nov 06. 2021

4살 아들의 이중생활

[그래도, 워킹맘] 아들 vs 원아


나는 몰랐다.

우리 아들이 저럴 줄은.


무슨 소리냐고?

우리 아들이 저렇게 정리를 잘 하는지,

우리 아들이 저렇게 말을 잘 듣는지

정말 몰랐다.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겼다.

어린이집을 옮긴 첫날. 아이를 등원시키고 약 1시간 반 정도 아이의 교실에 함께 있었다. 마침 같은 날 새로 어린이집을 온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 엄마와 교실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몸은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눈은 아이를 계속 쫓고 있었다.


아이는 뭐든지 척척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의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고 수건으로 닦고 나왔다. 교실을 한 바퀴 쓱 둘러보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주방놀이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선생님께 가져다 주기도 하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장난감을 나누며 놀고 있었다. 선생님이 모여라 하니 첫 줄에 가서 앉았고, 선생님이 정리하라고 한 마디를 하자마자 장난감을 하나씩 빠르게 정리해나갔다.


어린이집을 옮긴 지 어제로 5일째.

선생님이 기관 생활을 하던 아이라서 그런지 혼자 알아서 척척 잘하고 적응도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혼자서 잘 적응해가는 아이를 보니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모를 배신감이 솟아났다. 어린이집에서의 아이와 집에서의 아이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4살 아들의 이중생활

아들은 집에서의 아들과 원에서의 원아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돌이 지나고 어린이집을 들어가기 전, 아는 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어린이집을 가는 게 너무 기대가 되어요. 

제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하나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

내가 모르는 아이의 세계.


아이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궁리를 했던 것이다.

집에서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모습을 잠시 넣어두고 어린이집의 원아의 모습을 바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집에서의 모습과 회사에서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어린이집 첫날,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길.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해 오늘 하루는 정말 재미있게 온 힘을 다해 놀아주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몇 분 되지 않아 아이는 집에서의 모습을 탈바꿈하였고, 나는 결국 그날 멘탈이 탈탈 털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엄마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아들의 이중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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