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워킹맘] 버섯키우기 키트가 알려준 소중한 교훈
8월 광복절 3일 연휴를 앞둔 날,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버섯 키우기 키트를 선물로 주었다. 광복절을 앞두고 3일 내내 집에만 있을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의 배려였다. 버섯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했다. 받은 병의 뚜껑을 열고 위에 있는 하얀 버섯균을 2~3cm 걷어낸 다음,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면 된다고 했다. 3일이면 아기 버섯을 볼 수 있고, 일주일이 지나면 성인 버섯이 된다고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느타리버섯이라 아이와 나도 잔뜩 기대하고 첫날같이 물을 주었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 버섯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을 너무 조금 준 것일까? 아니면 그늘진 곳이 아녀서 그럴까? 온갖 걱정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줘봤지만, 버섯은 자라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나도 버섯은 자라지 않았다. '키즈노트'를 통해 아이의 반에서 무럭무럭 자란 어른 버섯 사진을 보고 우리 집 버섯과 비교하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난 무언가를 키우는 데는 적성에 맞지 않나 생각했다. 아이는 계속 버섯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봤고, 나는 버섯에 시간을 좀 주자고 했다.
그런데 키트를 받은 지 2주일이 지난, 지난 금요일 갑자기 버섯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동안 물을 너무 조금 준 것 같아 듬뿍 주고 그늘진 곳에 두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버섯균이 지금 나오고 싶어서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버섯이 조금 나오기 시작하자, 난 뛸 뜻이 기뻤다. 그게 뭐라고. 아이에게도 버섯을 보여주니 아이는 버섯에 물을 주고 싶다며 물을 주면서 "버섯아, 잘 자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3일 정도 지나서 버섯은 엄청나게 커졌고, 어제 다 큰 버섯을 잘라서 기름에 맛있게 볶아서 먹었다. 아이가 워낙 버섯을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 집에서 키운 버섯이라며 신나게 맛있게 먹었다. 마트에서 사 온 버섯보다 쫄깃함이 조금 덜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맛은 훌륭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일 동안 난 버섯이 자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버섯이 죽은 건가 싶어서 버섯을 버려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꿋꿋이 물을 주고 기다린 결과 결국 버섯은 자랐고 성장했다. 버섯은 나와 아이가 기다려 준만큼 자란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냥 두면 알아서 자랄 것인데, 괜히 걱정했나 싶었다. 나는 다른 버섯과 기준을 맞추며 비교했었다. 아이의 성장 시간이 모두 다른 것처럼 버섯의 성장 시간도 모두 다를 것인데, 난 다른 버섯들과 비교하며 우리 집 버섯을 비교했다. 각 버섯은 버섯 각자의 속도가 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시간은 너무 빠르다.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 느림은 뒤처짐, 부정의 의미였다. 특히나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지나고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걸음마가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말이 조금 느리다는 이유로 우리는 온갖 걱정을 하고 아이를 재촉한다. 하지만 때가 되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알아서 걷고 일일이 대답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말을 한다.
일상에 기다림의 미학을 더한다면, 그리고 아이의 속도를 인정해준다면 아이는 그만큼 자랄 것이다.
우리 집 버섯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