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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Oct 04. 2021

워킹맘에게 재택근무란 무엇인가?

[그래도, 워킹맘] 방으로 출근하고 거실로 퇴근합니다

최근에 이직했다.

이전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 지금 회사는 풀 재택을 선언했다. 


풀 재택이라...

조금은 기뻤고, 조금은 슬펐다.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워킹맘 3년 차다. 나는 출퇴근 시간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모든 워킹맘이 알고 있을 거다.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엄마가 되기 전에는 소중한 줄 몰랐던 시간. 엄마가 되고 나서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출퇴근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영어 공부, 독서, 글쓰기, 팟캐스트 듣기, 밀린 할 일 처리 등.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 나에게는 황금 같았던 시간이 이제는 사라지는 것이다.


워킹맘은 24시간 일하는 사람이다. 

집에서 회사로 출근하고, 회사에서 집으로 출근한다. 바로 육아 출근. 워킹맘이라면 출퇴근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맙소사, 그런데 그 시간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정말 24시간 일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거다. 풀 재택이라니! 그런 이유로 기쁘면서도 슬펐다.


재택해 본 부모들은 알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키보드 테러하러 방문하는 그들을. 엄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하던 작업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화상 미팅에 같이 참여한다. 미팅은 아이의 괴성으로 급하게 마무리된다. 화장실을 갈 때는 화면을 꼭 잠가야 한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 워킹맘에게 재택은 일이 2배로 증가하는 마법을 선사해준다.


좋은 점도 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점이 좋다. 이전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 재택을 해도 아이를 등원시키기 어려웠다. 지금은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간다. 아침마다 머리끝까지 분노 게이지가 차오르지만, 아이가 낑낑대며 자기 신발을 신는 모습에, 어린이집에 가서 자기 신발을 들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언제 이렇게 컸지!


그렇다. 난 이율배반적인 사람이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럴 것이다.

자기 시간이 간절하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간절하다.


이직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회사에 출근한 일자는 이틀. 나머지는 모두 재택근무를 했다. 

나는 방으로 출근하고 거실로 퇴근한다. 아마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아니다. 우리 회사는 풀 재택근무였지. 퇴사하지 않는 한, 난 계속 방으로 출근할 것이다. 


어느 쪽이 좋냐고 나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래도, 풀 재택근무.


나와의 시간은 나에게만 남지만, 아이와의 시간은 나와 아이에게 모두 남는다. 

그 시간들이 쑥쑥 자라 아이의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방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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