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 Aug 13. 2022

불안한 당신께 전하는 식물 이야기

11.정신질환의 교집합 ‘불안’ ; 식물이,내가 고꾸라지면 하는 일은?

11.정신질환의 교집합 ‘불안’ ; 식물이,내가 고꾸라지면 하는 일은?


불안은 비슷한 감정이 참 많다. 공황과도 비슷하고, 어쩌면 우울과도 비슷한 감정이다. 감정의 기조가 참 비슷한 단계이다. 모든 공황, 불안, 우울 등의 정신 질환은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 바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든 정신 질환에서 확신하지 못하는 감정을 느낀다. 이것을 즉각 불안감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요즘 나같은 경우에 그렇게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울이 찾아와도 좌악 가라앉는 감정이 생기면서 감정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모든 것에 힘을 잃고 확신도 잃게 되는데, 이 감정을 불안이라고 착각한다. 물론 어쩌면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제대로 된 불안의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울은 우울만의 동그란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안에 불안이 조금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 우울의 본질이 불안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우울증은 무력감, 우울감, 슬픔, 활력저하, 의욕저하, 죽고 싶다는 생각의 반복 등이 2주 이상 일어나면 우울증이라고 보통 이야기 한다. 이 안에 의욕이 저하되고 무력감이 돌다 보니, 어떤 일에 확신이 들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이 정확한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공황증상도 비슷하다. 어느 특정 상황, 혹은 특정하지 않은 일시적인 불특정 상황에서 죽을 것 같은 감정이 불쑥 올라와 죽을 것 같은 그 감정을 대하며 절대 죽지는 않는 그 상황에서 숨을 헐떡이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환자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아니 분명히 알고 있다. 공황발작으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정말 첫번째로 죽는 공황발작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만큼 긴박하고, 간절하고, 애절하다. 



공황의 거대한 벽 앞에서 나의 크고 작은 선택들은 모든 것이 무력하고 힘을 잃은 죽은 것들 뿐이다. 여기에 기대볼까, 숨을 이렇게 쉬어 볼까, 하는 모든 결정과 고민들은 흔들리는 생각일 뿐 불안이 덮쳐와 나를 모조리 흔든다. 도대체 지금 당장 나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것’밖에 없다는 것 밖에 없다는 걸 지금도 지금도 맥 빠지게 알고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라는 답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한 정말 절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공포 영화나 좀비 영화 같은 것에서 애매하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중간에 받을 공포 다 받고 죽는 것 보다 맨 처음 죽는게 가장 평화로워 보이는 나같은 쫄보가, 공황을 겪을 때 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겪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처음에 ‘깨꼬닥’하고 죽는 것이 편하겠다. 하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생명은 리셋할 수 없는 귀한 것이 맞다. 그러나 나는 지속되는 고통을 이겨낼 만큼의 참을성이 없다. 불안은 어느 정도의 고통일까? 나는 불안에 치를 떤다. 정말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린다. 식물을 바라볼 때도 나를 안정시켜주는 식물이 좋다. 누구나 어느 식물이든 잘 자라주고 잘 회복해주는 식물이 좋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을 특히 더 원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얼마전에 ‘치아펜스’가 종이테이프로 붙여 둔 것을 습기가 낭낭한 날들 때문에 테이프가 떨어져, 고개가 덜렁거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개가 올라갈 수록 머릿수가 많아질 수록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에 무겁긴 무거웠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나의 특별 방편은 투명PVC테이프를 겉에 길게 붙여준 것이다. (벽에 붙여둔 식물이 이 친구 하나라서 정말 다행이다.)

이삿짐처럼 볼품 사납게 붙어버린 치아펜스


사실 정말 흉물스럽고 어울리지도 않지만, 다시 떨어질 일은 없으리라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내마음이 편하면 그게 전부야! 하는 식이 전부가 되어버리고 있다. 불안하다는 감정은 어쩌면 물리적으로도 유효한 감정이어서, 마음에 한 번 남으면 찌꺼기처럼 보이게 남는다. 아무리 명상을 하고, 마음 수련을 해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한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깔끔하게 털어내줘야 한다. 


잠을 자든(감정은 잠을 자면 정리가 많이 된다), 그 불안한 부분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해결을 해주든, 메모를 남겨두든, 해소하는 루틴을 만들든, 어떤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요즘 향(incense)스틱을 피운다. 물리적인 향을 피움과 동시에 향이 끝날 때 까지 나의 불안을 마음에서 몰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본다. 불안을 마음에서 몰아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향을 피우지 않는다. 향은 장기적으로 폐에 좋지 않기 때문에 꼭! 창문과 베란다 문을 열고 피운다. 나는 주로 향 관련된 제품(향, 초, 오일버너)등으로 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일들을 한다. 향과 불이 만나면 주로 폐가 상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환기는 정말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오일버너와 초, 향 등이 모여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거추장스럽고 과해보이는 일 일지라도, 사람에게는 감정을 청소하는 방법이 한 두가지 이상은 있어야 한다. 꼭. 그리하여 새롭고도 깨끗한 마음으로 금새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결에 우연히 마음이 맑아지는 것도 운이 좋아 하루이틀이다. 꼭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마음을 잘 관찰하고, 들여다봐서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행운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한 당신께 전하는 식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