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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리 피디 Apr 02. 2024

온라인 오프라인

불통 불신의 시대를 다시 봄


세상이 많이, 빨리 변해요. 통신 때문입(덕분도 아니고 도 아닙)니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과만 어울렸습니다. 지금은 상대 위치의 멀고 가까운 정도, 이전에 친했고 낯설었던 정도와 무관하게 연락과 소통이 가능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곁에 있어도 익명의 공간인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죠.


통신通信의 어원


통신에 믿을 신(信) 자가 들어가 있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통하는 믿음이란 뜻일까요? 통할 때는 믿음이 있어야 된다는 뜻일까요? 통해서 믿음을 쌓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모든 말은 생산자가 특정돼 있지 않은, 집단 창작물이므로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명쾌하게 알 길이 없습니다. 특히 어원은 상상에 기초해 추측할 뿐이죠.


삼국시대쯤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백제, 신라, 고구려가 치열합니다. 수에서 당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상황도 예민합니다. 둘의 관계는 단선이지만 셋 이상은 복잡해집니다(저희 집 큰,낀,막둥이도 그렇더군요). 지금은 남북 간에 친소만 있지만 삼국시대에는 질투와 이간, 중재, 거간, 모함 등 온갖 전략과 계략이 있었을 겁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사상이 크게 발달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라 생각해요. 관계가 많아질수록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말이든 문서든 봉화든 정보의 진위는 매우 중요해집니다. 파악, 제안, 협상, 수용, 거절, 회유, 합의 과정에서 자칫 실책을 하면 나라가 망하고 죽음을 맞게 됩니다. 通에 信이 붙는 이유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믿음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요새는 어떤가요? 소통에 실패했다고, 잘못했다고 죽거나 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불편해지거나 불리해지거나 짜증은 나죠. 외로워지거나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요즘은 소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통 부재의 세태를 한탄하기도 하죠. 예전보다 통신은 발달했는데 소통은 실종됐다니 아이러니입니다.


통신에서 이 사라지고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난무하기도 합니다. 신뢰가 중요한 시대에 태어난 통신이란 어휘가 신뢰를 잃어도 되는 시대에 통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 살아남은 아기가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으로 성장해 몸에 해로운 술담배를 즐기는 셈입니다. 생명은 중요하다며 술 줄여라, 담배 끊어라 잔소리하지만 이미 죽을 걱정은 벗어난 상태입니다.


쟁취했기 때문에 절박하지 않은 현상이죠.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예전만큼 불통이 치명적인 시대는 아닙니다. 소통이 부족하거나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져 천적의 진입을, 홍수의 위험을, 적군의 침입에 대비하지 못하면 폭망이었겠죠. 아무리 가짜뉴스가 활개 쳐도 생명의 위협이나 사회의 안녕을 직접적으로 해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오늘날 통신의 두 축의 이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입니다. 다 아시니까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런데 이 용어에는 오류가 있어요. 무선통신이 확장됐는데 여전히 on line이라고 부릅니다. 통신선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선이 끊겨 off line인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무선통신은 이제부터 오프라인으로 부릅시다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말은 세상의 변화를 제때 못 쫓아가거든요. 말이 안 되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입니다.


던바의 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장류 동물은 최대 150명 안에서만 친밀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바로 던바의 수입니다. 그 이상은 허수라는 거죠.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이 수를 초과하는 관계는 허울뿐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위대함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국가나 종교, 기업과 같은 큰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에 있다고 말합니다. 150명을 훨씬 초월하는 공동체, 심지어는 수억 명을 하나로  묶는 집단화입니다.


인스타 팔로어 수가 던바의 수를 넘어섰다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쉽게 통신하게 된 대가는 무엇일까? 친밀함의 희석 아닐까? 눈맞춤(eye contact) 대신 좋아요 버튼이 호의와 호감 표현이 된 것 아닐까? 오프라인이 되어 버렸으나 진짜 실생활과는 더 멀어진, 무선통신의 함정에 빠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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