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누렇게 변하는 항로의 끝

by 이지완


《바나나》


멀리도 왔다

높이 달리고 금세 따이고

깊이 실리고 한참 옮겨져

내 식탁까지 올랐구나


꿈 있어 아직 푸르렀을

네 청춘 뒤로하고

숙성이라고, 성숙이라고 하지만

누렇게 떠 막다름에 부딪힌


이제는 발가벗겨져 속살 보일

마지막 숙제 하나 남겨 두었네


삶은 푸른 봄, 靑春에서 출항해

누런 어둠, 黃昏에 이르는

변색의 긴 항로


네 마지막으로 배 채워

내 마지막을 유예하다가

나도 언젠가

네 껍질 곁으로 옮겨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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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