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온다면 승아와 함께일까?
“한동수 선배가 하지 말라고 말렸던 아이템 중에 두 번째 것 해보려고 해.”
사무실 프린터에서 주식 양도 계약서를 출력한 뒤 내가 주승아 작가에게 말했다. 계약서라고 해 봐야 별것 없었다. 나와 승아가 가지고 있던 ‘주식회사 오명세탁소’의 지분을 동업자인 공근운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내 지분 50%와 승아의 지분 20%가 공운에게 넘어가면 그의 1인 주주 회사로 전환된다. 그 대가로 회사에 남아 있는 잉여금 5억 원은 우리 몫이다. 공운 형님이 우리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권리금인 셈이다. 물론 나와 주작이 그 돈을 우리끼리의 지분대로 나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며칠 전 공운이 제안하고 우리가 동의한 내용대로였다.
“유튜브 채널 하지 말라는 건 했고, 다른 하나가 뭐죠?”
승아가 서류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피작 커플.”
각오했지만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와인 바에서도 제멋대로 지껄이더니 또 그러시네. 오지랖이 도를 넘으시는 듯.”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주작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프러포즈치고는 소박하지만 괜한 짓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피디 작가 커플, 통 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근데 한동수 피디님이 말린 이유가 뭐래요?”
“이유는 말 안 해줬어. 정작 자기는 작가랑 결혼했으면서.”
“하지 말라는 유튜브도 해보니까 나쁘지 않아서 두 번째 금기에도 도전하는 거 아녜요?”
승아가 일부러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특별한 관계를 다짐하고 나니 더 예뻐 보였다.
“그런가? 아니면 내 청개구리 심정을 알고 한 말이었나? 해보라는 뜻을 반어법으로?”
“한 피디님이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반어법 쓰지 말아요. 뜸 들이거나 간 보는 것도 금지야. 앞으로 솔직한 직설법만 공통 언어로 인정합니다.”
와인 바에서 우회적으로 마음을 드러내긴 했지만 제삼자인 공운이 있는 자리였다. 둘만 있을 때 어떻게 말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십 대였다면 직설적이었을 것이다. 너를 좋아한다, 우리 사귈래?, 오늘부터 1일 따위의 말들. 하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백이라니 어색했다. 은퇴를 번복한 야구선수가 되어 다시 타석에 들어선 심정이었다.
나이란 그렇게 얄궂은 것이다. 숫자에 불과하다며 신경 쓰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하다. 젊은이가 진지하면 조로(早老)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깨나 먹은 사람이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면 나잇값 못하는 인간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사람들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사실 그런 거 없으면서. 오지라퍼들의 머릿속에만 있으면서). 그렇다면 이성을 향한 나이 사십의 고백은 어때야 하는가?
피작 커플 운운한 것은 직설과 우회의 중간쯤이었다. 그래도 승아가 받아줬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노골적이었다면 어린애 같았을 것이고, 지나치게 에둘러 말했다면 짜증 났을 것이다. 나이 사십의 모호함에 어울리는 성공적인 고백이었다고 생각한다.
마흔은 청년과 중년의 사각지대다.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인생의 다른 단계들은 제법 구분이 뚜렷하다. 태아와 영아는 출생으로 나뉜다. 영아는 돌 즈음에서 유아로, 유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소년으로 접어든다. 스무 살이 되면 소년은 청년이 된다. 중년이 노년이 되는 시기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유독 청년의 뒷단이자 중년의 시작만큼은 명확하지 않다. 40이 경계라면 이른 것 같고, 50도 청년이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히 중년만큼은 확실하지 않다.
“나이 먹고 고백하려니 뻘쭘하고 민망하네.”
호감 고백에 이어 감정 고백까지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이 먹는다는 건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하는 과정 같아요. 왜, 어려서는 이해 못 하잖아요. 가사 없는 음악, 슴슴한 음식, 은유와 상징의 멋 같은 것들요.”
승아가 나이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나이 탓에 우리 연애가 열애는 아닐 거야. 지구온난화를 지구열난화로 못 바꾸듯이 말이야. 그냥 따뜻한 온애 정도로 합시다.”
“따뜻하든 쿨하든 애정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언제부터 나랑 사귀고 싶어졌어요? 궁금하네.”
승아가 계약서를 보는 척하면서 묻는다.
“잘 모르겠네. 방송국 나올 때부터 주작이랑 사귄다는 상상이 점점 잦아졌던 거 같아. 그러다가 생갈치1호의행방불명이 트리거가 되지 않았을까? 그 스토커 때문에 막 화도 나고 질투심도 생기고 그러더라고. 그 사람한테 고맙다고 해야 되나?”
“만나게 되면 감사 인사 전해 줄게요, 히힛.”
“만나지 마.”
승아의 농담에 내가 정색을 하자 그녀가 더 웃는다.
“그렇지. 연애라면 모름지기 그렇게 배타적이어야지. 잘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쩔 셈이에요? 사업적으로.”
“곧 떠날 사무실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고, 뭘 좀 먹으면서 얘기하면 어때?”
내가 엄지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좋아요. 오늘은 육고기가 당기네. 내가 잘 아는 뒷고기집 있는데 거기로 모시죠.”
택시 뒷자리에서 나는 슬며시 승아의 손을 잡았다. 요새 애들은 말보다 몸이 먼저라고, 사귀자는 합의 전에 스킨십이 선행된다는데 그러지 못한 걸 보면 우리는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손을 잡은 채 그녀는 미소로 화답했다. 택시를 내려서 음식점으로 가는 동안에는 승아가 내 팔짱을 꼈다. 추위 때문인지 자연스러웠다.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나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몇 가지 계획에 합의했다. 우선, 일에 대해서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도전을 하게 되더라도 함께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둘째, 서로의 호칭을 정했다. 나는 승아 씨라고 불렀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그녀가 부르던 내 호칭은 피디님이었다. 업무는 떠나고 연애가 시작되는데 그런 딱딱한 호칭은 맞지 않다고 내가 우겼다. 2살 차이가 나지만 오빠라고 불리는 것도 낯간지러웠다. 자기, 허니, 여보 모두 민망했다.
“호칭이든 지칭이든 이름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새로운 정체를 만들기도 하니까. 13년 묵은 정 피디님이란 호칭을 바꾸려니 어렵네. 그래도 나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생각해 봐야지.”
불판의 고기를 뒤집으며 승아가 웃는다. 고기가 앞뒤로 골고루 익는 모습을 보자 공운 형님이 생각났다. 뒤집어도 똑같은 이름 공근운. 그는 나와 승아 없이 채널을 이어나갈 것이다. ‘주작의 이불킥’은 지난 주말 마지막 방송을 했다. 많은 청취자들이 아쉬워했다. 공운은 오명 세탁소를 계속해나갈지,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바꿀지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하영 씨를 제외한 직원 8명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어떻든 잘 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호칭 고민을 하는 승아를 보고 있자니 아이를 낳은 부모의 심정을 떠올리게 된다. 머릿속이든, 철학관이든, 국어사전이든, 갓난아이를 두고 최선의, 최적의 이름을 지으려고 애쓸 것이다. 부모의 소망을 두 글자에 담는 셈이다. 애착의 시작은 네이밍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온다면 승아와 함께일까?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길들이기에 대해 말한다. 친구가 되려면 길들여져야 하는데 그 과정은 서로에게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라고 여우가 말한다. 성경의 창세기에서도 인간이 자연과 관계 맺는 장면이 나온다. 최초의 인간 아담은 온갖 동식물의 이름을 지었다. 부르면서 애정을 주고 불리면서 길들여지는 관계가 시작된 셈이다. 주승아와 나는 그 특별한 순간에 와 있었다.
“에잇, 떠오르는 호칭이 다 유치해서 안 되겠다. 그냥 피디님으로 할게요. 부르던 대로.”
“정체성 어쩌고, 호칭이 중요하다면서 뭐야? 싱겁게.”
“정지강의 정체는 변함없단 뜻이죠. 나한테 특별한 마음만 주고 13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해요. 난 내내 피디님이 좋았으니까 바뀌지 않아도 돼요.”
쑥스러운지 승아가 소주잔을 내밀며 건배를 부추겼다.
“정말? 난 몰랐네. 전혀.”
“그 둔감함이 피디님의 치명적인 단점이자 은근한 매력이에요. 예민해서 내 짝사랑을 알아챘더라면 난 진작에 질렸을지도 몰라.”
주작이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서운함을 축적했을 것이다. 더 일찍 고백하지 않은 내가 후회스러웠고 미안했다. 앞으로 내 무감각함이 얼마나 또 그녀를 서운하게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들었다.
세 번째 합의는 여행이었다. 내가 제안했고 승아가 동의했다. 장소는 뉴질랜드 남섬으로 결정했는데 승아가 제안하고 내가 동의한 행선지였다.
“빙하 호수의 에메랄드 물빛을 바라보면서 모닝커피 마시는 게 내 로망이에요. 물론 캠핑카에서 눈을 떠야지. 설봉도 보고 싶고 피요르드 해협도 가보고 싶어요. 남십자성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서 레드와인도 마실 거예요. 양들과 키위새도 만나보고.”
그런 로망이 있었는지 몰랐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비행기표와 캠핑카 예약을 검색했다. 12월이니까 뉴질랜드는 여름일 것이다. 설봉은 못 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더니 승아가 대신 꽃이 많이 필 테니 괜찮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계획이었지만 말을 꺼내놓고 보니 점점 설렘이 커져가는 걸 느꼈다.
“뉴질랜드는 나라 이름이 하나 더 있어요. ‘아테오아로아’라고. 마오리 원주민 말로 ‘길고 하얀 구름의 땅’이란 뜻이래요. 세계테마기행에서 봤어요. 뉴질랜드는 네덜란드 지역명인 질란트에서 따온 말이라는데 유럽 식민주의 잔재라고 해서 이름을 아예 아테오아로아로 바꾸려고 한대요.”
“거기도 오명 세탁이군.”
“그러네요.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알아요? 마오리 족도 거기 산 지가 몇 백 년 안 됐다는 거. 폴리네시아의 다른 섬에 살던 사람들이 카약을 타고 넘어갔대요. 아, 여행 가서 카약도 꼭 타야 돼. 준비위원장님 수고해 주세요.”
나는 며칠 전 꾼 자각몽에 대해서도 승아에게 말했다. 넌더리 빨래터 모임의 멤버들이 모두 우리 출연자들과 관계된 사람들이었고, 꿈속에서도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승아가 진지하게 내 꿈 이야기를 듣더니 말했다.
“피디님 마음속에 그런 응어리가 있었나 보다. 다른 사람의 찌든 때를 벗겨 주면서 발생하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랄까? 우리 하는 일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세신사 아니고 세심사. 얼룩 묻은 이름을 세탁하고 표백하고 건조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죠. 그런 게 꿈으로 나왔나 보다.”
“꿈속에서 정말 넌더리가 나더라고. 꿈인 걸 알면서도 너무 힘들었어. 결국 마지막 브라우니는 내 몫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 모든 불행의 사연들을 공포 속에서 들어야 했으니 말이야. 넌더리 나는 런드리도 이제 며칠이면 안녕이겠구나.”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회사 정리와 여행 준비라는 큰 일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작별과 설레는 시작이기 때문이었다. 승아와 나는 마지막 잔을 경쾌하게 부딪혔다.
대머리 부동산 사장이 빨래방으로 찾아온 건 다음날이었다. 나와 공운, 승아는 어제 준비해 둔 계약서에 사인하고 공증을 거쳐 세무서에 신고를 하려고 모인 참이었다. <주식회사 오명 세탁소>라는 상호도 <주식회사 공운>으로 바뀔 예정이다.
“점포에 변동사항이 있다면서?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프로 오지라퍼는 역시 소식도 빠르다. 아마 박하영 씨가 얘기했을 것이다. 공운은 사업을 새롭게 구상하면서 오프라인 빨래방을 박하영 씨에게 넘기기로 했다. 워낙 애정을 가지고 잘해왔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인수할만한 목돈이 없는 하영 씨는 매월 이익에서 권리금을 분납하기로 했다. 공운 형님의 배려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좋아했다.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 소식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내 마음 한편에 있던 부담이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하영 씨의 둘째 아이가 손지향 간호사가 떨어뜨린 아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다둥이 엄마가 사장이 된다는 말이군. 그럼 임대차계약도 새로 해야지.”
공운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중개인이 입맛을 다졌다. 중개 건수 하나를 잡은 것이다.
“그나저나 셋이, 뭐, 사이가 틀어져서 넘기고 받고 그런 건 아니지?”
그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는 걸 보니 그의 순박한 관심이 이제는 익숙해졌는가 보다.
“아니에요. 사이는 좋아요. 계획이 달라서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거예요. 그동안 신경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승아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머리 중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받았다. 마치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잘 봉합한 동네 이장 같았다.
“아, 그보다도 이전 계약 있잖아. 계약이 만료되면 여기 주인 구 사장하고 식사 한번 한다는 거. 까먹지는 않았겠지?”
잊지는 않았지만 신경은 안 쓰고 있었다. 기어이 그래야 하는 상황인가?
“꼭 지켜야 하는 약정사항이니까 약속 잡히면 셋 다 잊지 말고 나오라고. 다둥이 엄마랑 새 임대차 계약하면서 구 사장 일정 확인해서 알려줄게. 공 사장한테 전화하면 되겠지?”
공 사장이라는 말에 우리 모두 웃음이 터졌다.
“그러네, 공 사장. 우하하. 공 사장 형님, 사고 안 나게 조심하세요.”
일주일 뒤 우리는 시내 중심가 호텔의 레스토랑에 있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5성급 호텔 중식당의 코스요리라니 인연이 끝나는 마당에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 사장을 기다리는 동안 공운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컨셉을 픽션으로 바꿀까 싶어. 가칭 <막창드라마>라고, 막창집에서 고기 먹으면서 하는 짧은 시트콤 같은 거야.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을 극화해서 풀어 보려고.”
“오호, 재밌다. 막창드라마라니 신박한데요?”
승아가 맞장구를 쳤다.
“아직 직원들하고 얘기는 안 해봤어. 나도 연기라는 걸 할 수 있을까 걱정이고. 설레면서 두렵기도 하고 그러네. 정피와 주작이 건투를 빌어줘.”
“잘하실 거예요. 나중에 막창집 하나 차리시겠는데? 우리가 빨래방 차렸듯이. 그때 맛있게 구워 주세요.”
내가 덕담을 건네는 순간 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2년 전 만났던 건물주 구 사장이었다. 그가 미소를 띠며 목례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주작이 먼저 알은 체를 했다. 그제야 나는 공운 형님의 표정을 보게 되었는데 그는 마치 얼어붙은 듯이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네요.”
구 사장이 내 쪽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공운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얼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건성으로 구 사장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을 잡으면서 그는 승아와도 눈인사를 나눴다.
“공운도 잘 지냈나? 얼굴 좋아졌네.”
구 사장이 원탁 테이블 반대쪽의 공운을 보며 말했다. 어라, 서로 아는 사이인가? 승아를 보자 그녀도 놀란 듯했다. 건물주를 제외하고 우리 셋은 멍한 상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 앉으시죠. 너는 뭘 그렇게 계속 놀라고 있냐? 앉아, 앉자구.”
공운은 놀라움에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서로 아시는 관계예요?”
자리에 앉으며 내가 물었다. 2년 전처럼 구 사장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공운하고는 같이 일했었죠. 포에버보이즈에서요.”
“헉!”
승아가 놀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나 혼자였다. 내가 물음표 달린 시선을 날리자 승아가 입을 막고 있던 손으로 구 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카이? 구승민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