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환한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던 따스한 3월의 어느 봄날, 어르신들을 만날 설렘으로 마음을 한가득 채운 우리는 복지관에 들어섰다.
“아이고, 너무 예쁘네 우리 선생님들. 꽃보다 예쁘다 예뻐.”
취업과 진로에 관한 고민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우리. 꽃보다 예쁘다는 한마디 어르신의 짧은 인사에 괜히 울컥해지고 감사하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2016년 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해보는 멋진 일에 함께했다. 팀원들의 열정과 의지로 똘똘 뭉친 우리는 사진을 통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사진 촬영과 감상을 통해 어르신의 자존감을 향상하고 1, 3세대 간 소통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그 취지였다. 아프리카의 어느 속담에는 '노인 1명이 도서관 1채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쌓인 그들의 삶과 경험이 마치 도서관의 가득 차 있는 책처럼 지혜로움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어르신의 도서관에는 첫사랑 고백에 성공한 수줍은 소년의 사랑 이야기도 있을 것이며, 역경을 딛고 멋지게 일어난 영웅 소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어르신들의 경험을 활용한 미술 활동, 여기에 소통과 포토테라피를 적용하고자 했다.
돌이켜보면 어르신이 봉사자들에게 해주셨던 많은 이야기는 조언이나 공감보다는 하나의 ‘자랑’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디오 속 사랑, 우정, 부모님 등의 사연처럼 말이다. 어느 날의 사연은 세상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을 때에도 자신을 믿어주던 친구에 대한 위로였으며,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했던 아들에 대한 편지도 있었다. 또 오랜 세월을 지나온 만큼 미숙한 당신을 사랑해주었던, 또 당신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이들에 대한 감사와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사연은 주인공인 어르신의 멋지고 아름다웠던 삶에 대한 자랑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사랑받을 수 있었으며, 시련이 있었기에 꿋꿋하게 이겨낸 것이 아니었을까.
“선생님, 꽃들이 왜 다른 날 다르게 피는지 아세요? 봄에만 다 피면 다른 계절에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서운해하잖아요. 꽃들 저마다 자신을 보러 와줄 사람을 기다리는 거예요.”
내 짝꿍 어르신은 사람도 꽃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길모퉁이에 피는 꽃도 누군가 찾아올 것이기에 자신을 뽐내며 자랑하고 있다는 것. 사회에서 모두가 원하는 뛰어난 사람, 때론 어느 대기업의 인재상에 맞지 않더라도 누군가 반드시 찾아준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가까운 미래가 될지, 먼 훗날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르신처럼 나를 사랑하는 그대에게 ‘자랑’할 수 있는 날이 꿈처럼 다가오길 바라본다. 지금의 더딘 시간들도 세월에 못 이겨 과거가 되면 안타까웠던 순간, 그리워 더러 못 잊는 순간들 모두 오늘의 어르신처럼 환히 웃으며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 해맑은 아이처럼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요즘 내가 겁이 많아진 것도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는 것도
나보다 따듯한 사람을 만나서
기대는 법을 알기 때문이야
또 말이 많아진 것도
그러다 금세 우울해지는 것도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나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야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
그댈 먼저 제일 먼저 안아줄 거예요
- 곽진언,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