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했지만 공모전, 취업 준비, 인턴까지 학기 중일 때 보다 더 치열한 시간을 보내왔다. 더 나은 미래,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들이라 생각했지만 마음 한편에 공허함이라는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자꾸만 커져갔다. 친구들이 항상 건네 오던 말은 ‘너처럼 바쁘게 사는 거 보면 부러우면서도 여유가 없어 보여...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였다. 그렇다. 쉬지 않고 뭐라도 찾아 도전하고 끊임없이 일을 찾아왔던 나는 ‘워커홀릭’형 대학생이었다.
여느 날처럼 늦은 새벽까지 이어진 공모전 회의를 마치고 잠든 아침. 힘겹게 눈을 떠 바라본 창가에는 먼 데서 눈부시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이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를 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알 수 없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간단히 짐을 꾸려 집을 나섰다.
짐까지 싸서 멀리까지 나왔으니 하룻밤 묵어갈 숙소가 필요했다. 요즘 여행지마다 잘 되어있는 게스트하우스를 한 곳 찾아 어렵지 않게 방 하나를 잡았다.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 숙소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방에 묵게 된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여행객 한 분과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떠나고 싶어 내려오셨다던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처럼 젊을 때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면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겠죠?’
‘답정너’라는 유행어처럼 이미 답이 정해져 있던 나의 우문에 그분은 현답 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큰 성공으로 많이 행복했다고 진정 그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행복이 내일도 모레도 자주 찾아오는 일상이 더 행복한 사람일 거예요.’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올라가는 버스의 창가를 물끄러미 바라봤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눈부시게 젊은 오늘날을 미래의 성공과 커다란 행복만을 찾아 신발 밑창이 닳고 닳도록 뛰고 있었다는 것을. 숨 가쁘게 걸어온 나의 길엔 ‘이런 꽃이 있었구나, 주위의 따스한 사랑이 있었구나.’라고 항상 말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길을 또 힘겹게 걸어가겠지만, 내일도 모레도 찾아올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일상을 소중하게 돌아봐야겠다.
미처 몰랐기에 더 슬펐던 ‘행복의 빈도’라는 법칙을 이제는 알아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