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는 자신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by 김명진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은행잔고..
그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뮤직비디오 나레이션


저녁 어스름이 빨리 찾아와 어둑한 밤하늘이 깔리는 요즘, 제법 차가운 겨울 냄새가 난다. 낙엽이 떨어지고 해가 짧아지며, 하염없이 깊은 밤이 늘어지는 계절의 변화와 달리 우리네 바쁜 일상만은 여전해 보인다. 어제도 오늘도, 모두가 저마다의 방향으로 치열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세상 모든 발걸음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내딛는 모든 걸음들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으며 반드시 그 끝이 존재하게 연결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 조금씩 비슷한 시작과 끝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과 당신이라는 또 다른 사람의 시공간은 예측이 가능하다. 나는 오늘 어디로 갈지, 그리고 몇 시에 퇴근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될지 등과 같은 '기록'들 말이다.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정해진 밥을 먹으며 통제된 시간에 하교를 했던 학창시절처럼 짜인 나의 하루 '시간표'와 다르지 않았다.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라 어딘가에 취업을 했다는 성공의 기쁨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취업과 안정을 위해 다른 친구들이 여행을 다니며 저마다의 추억을 소중히 쌓아갈 때 도서관, 밤샘 공부, 공모전, 대외 활동 등만 해왔던 나 스스로에게 많이도 미안했다. 물론 치열했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때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먼 훗날 나이가 들어 당신의 청춘이 어떠했는지 누군가 물어온다면, 누구보다 치열하고 보람찼다고 할 수는 있으나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그게 너무 슬프고 미안하다.



돌이켜보면 스물하나였던 나는 먼 미래의 스물다섯만을 보며 살았고, 스물다섯의 나는 과거의 스물하나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오늘은 매일 같이 걸어가는 이 길을 돌아서서 거꾸로 걸어본다. 그리고는 돌아서기 아쉬워, 처음인 것처럼 또다시 거꾸로 걷는다. 영원할 줄 알았던 이 길도 사라질까 걱정이 되어 한 번 더 보려고.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부서지는 햇살 속에 너와 내가 있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너의 목소리도 너의 눈동자도
애틋하던 너의 체온마저도
기억해내면 할수록 멀어져 가는데
흩어지는 널 붙잡을 수 없어.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 해.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 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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